방중은 아직 진행형이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자질구레한 의전행사 없이 필요한 일만 하고 다니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는 주로 야간 시간에 먼 길을 달리면서 김 위원장의 숙소 노릇을 하고 있다.
20일 새벽 공기를 가르고 한반도 최북단 남양에서 다리를 건너 투먼(圖們)을 통해 방중한 김 위원장은 헤이룽장(黑龍江) 무단장(牧丹江)으로 이동해 그 곳에서 '볼 일'을 보고, 다시 밤길을 달려 하얼빈(哈爾濱)을 경유해 21일 8시 20분(이하 현지시각)경 창춘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창춘의 난후호텔에서 잠시 휴식한 후 창춘이치자동차를 시찰하고서 같은 날 오후 2시 20분께 특별열차에 올라타고서 선양(瀋陽)을 경유해 남하했으나 22일 오전 11시 현재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우선 동선을 크게 그려보면 북한의 최북단에서 북쪽으로 달려 흑룡강성, 지린(吉林)성, 랴오닝(遼寧)성 등 동북3성을 돈 점이 눈에 띈다.
이를 두고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런 동선에 김 위원장의 북중 경협 의지가 짙게 배어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과의 접경인 동북3성에 '애정'을 재차 표시함으로써 중국에 개혁개방과 경제협력 의지를 분명하게 했다는 것이다.
작년 8월 방중 때의 지린-창춘-하얼빈-무단장-투먼 코스 대부분을 다시 돌면서 꼼꼼한 경제시찰을 한 것은 뭔가 '결심'을 앞둔 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이 그동안 창춘에서 지린, 두만강 유역을 2020년까지 경제벨트로 이어 낙후지역인 동북3성의 중흥을 꾀하자는 '창ㆍ지ㆍ투(長吉圖)계획'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북한의 참여와 협조를 촉구해왔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이제 고심을 마치고 행동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관건은 북한이 창지투 계획의 핵심인 동북3성의 원활한 물류를 위해 라선과 청진 등에 항만사용권을 중국에 줄 지 여부에 모아진다. 한마디로 '동해출항권'과 관련해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이 나올 지가 관심사라는 것이다.
사실 동해출항권 허용을 바탕으로 한 창지투 계획이 본격화하면 북중 경협은 남북경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로써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극도로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최근 북중 경협은 전례 없이 '고조' 분위기다. 우리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대북 교역을 전면 중단한 5·24 조치 이후 그 속도와 규모가 엄청나다. 이달 말로 예정된 양국 간 압록강의 섬 황금평 개발 착공식과 훈춘(琿春)-라진항 도로보수 공사는 북중 경협 활성화의 상징적인 시작점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이런 적극적인 경협 제스처를 통해 개혁개방 의지를 국제사회에 비추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동선으로 볼 때 경협에 버금가는 김 위원장의 타깃은 권력 승계 보장이라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의 무단장 행적에 그런 의도가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선친인 고(故) 김일성 주석의 항일 유적지가 있는 무단장 베이산(北山) 공원을 작년 8월에 이어 9개월 만에 다시 찾은 까닭은 부친의 혁명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삼남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동행했다면 3대 권력승계를 공식화하는 상징적인 의식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번에 김정은의 방중 수행여부가 베일에 싸인 이유는 현실적인 차기권력으로 등장한 김정은에게 여러차례 방중 초청을 하면서도 북한의 3대 세습을 인정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우려한 중국의 '사정'이 감안된 탓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통상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에서는 정상회담이 반드시 열린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은 이 자리를 통해 여타 의제와 더불어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를 거론하고 그와 관련해 긍정적인 답변을 유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멍젠주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이 지난 2월 13¤15일 방북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중국 수뇌부의 북한 권력 승계 인정 발언을 한 바 있어 김 위원장의 베이징 행보에서는 이보다는 더 '진전된' 얘기를 듣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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