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에 실망, 지지 철회”… 美유대계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3일 03시 00분


美-이스라엘 정상회담 싸늘… 네타냐후 “국경회귀 불가”
중동국가 반응은 미지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선은 1967년의 경계선에 근거해야 한다”는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 국내외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유대인의 영향력이 큰 미국 내에서는 이번 연설로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신(新)중동플랜은 양국의 평화협상을 위해 이스라엘이 요르단 강 서안, 가자,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의 유대계와 공화당은 “이스라엘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재선 가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정가의 ‘최대 스폰서’인 유대인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으로 2008년 미국 대선에서도 유대인의 78%가 오바마 후보를 지원했다.

유대인은 전체 유권자의 2%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자금력과 네트워크는 막강하다. 민주당에 많은 후원금을 내왔던 유대계 부동산개발업자 로버트 콥랜드 씨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실망했다. 다음 대선에 그를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용단을 내렸음에도 막상 중동국가들의 반응은 아직은 미지근하다. 당초 이번 발표를 환영했던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거세게 반발하자 협상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시리아와 이란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편애를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연설 다음 날인 20일 백악관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상회담은 냉랭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1967년의 경계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이 경계는 44년 동안 일어난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며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평화의 경계가 아니라 지속적인 전쟁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못마땅해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 네타냐후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말할 때 바닥을 보거나 허공을 응시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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