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교육 개혁을 주창해온 미셸 리 전 워싱턴 교육감(사진)이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교육운동단체에 앙숙이었던 전직 교원노조 지도자를 영입했다. 교육개혁의 뜻을 계속 펼치기 위해 설립한 민간단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과거의 적을 과감히 포용한 것이다.
20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리 전 교육감은 자신이 교육감으로 재직할 당시 교육정책과 관련해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다퉜던 조지 파커 전 워싱턴 교원노조위원장을 ‘스튜던츠 퍼스트’(Students First)의 첫 선임 연구원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스튜던츠 퍼스트’는 리 전 교육감이 작년 말 워싱턴 교육감에서 사퇴한 뒤 교육개혁 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이 단체를 통해 10억 달러를 모금해 교육개혁을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학교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25년간 수학교사를 지낸 파커 선임 연구원은 앞으로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주 의회 의원들과 교사, 교원 노조원들을 만나 미국 공교육 시스템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밝히는 역할을 하게 된다.
파커 전 위원장은 리 전 교육감이 워싱턴 교육감으로 재직하면서 공립학교 교사의 테뉴어(정년 보장) 제도 개선, 무능한 교사 퇴출 등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을때 사사건건 부딪혔다. 파커 전 위원장은 작년 말 리 전 교육감이 사퇴 방침을 밝히자 “사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꼬집고 나설 정도로 앙숙관계였다. 리 전 교육감이 교육감을 그만둔 뒤 파커 전 위원장도 작년 말 재선 도전에 실패해 노조위원장직에서 밀려났다.
이후 리 전 교육감은 파커 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교육개혁에 관해 논의를 시작했고, 학교개혁과 노조의 변화와 관련해 수개월에 걸친 대화를 통해 함께 일하기로 합의했다. 리 전 교육감은 “나는 파커에게 노조가 변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파커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보호하려는 노조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파커와 함께 일하면서 학교를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효율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파커 전 위원장은 “미셸 리가 교원노조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인 자세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공교육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교원노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우리는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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