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최고지도자 오마르도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4일 03시 00분


아프간TV “파키스탄 소행”… 탈레반은 부인美 “사망땐 빈라덴 이어 테러와 전쟁 큰 결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최고지도자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52)의 사망소식이 23일 전해져 세계가 들썩거렸다. 그러나 탈레반의 부인으로 사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사마 빈라덴을 숨겨줬다가 2001년 말 미국의 공격을 받아 아프간 권좌에서 쫓겨난 뒤에도 끈질기게 저항해온 오마르의 사망이 사실이라면 이는 빈라덴 제거에 이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거둔 획기적 결실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민영방송 톨로TV는 아프간 정보관리의 말을 인용해 “오마르가 파키스탄 중서부의 퀘타에서 북와지리스탄으로 가던 도중 20일경 파키스탄 정보부(ISI)에 의해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파키스탄 AIP통신은 아프간 탈레반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오마르 사망 보도는 오보”라고 전했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 씨는 “오마르는 아프간에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아프간 정보당국 관계자가 “오마르 사망은 확인할 수 없지만 은신처였던 퀘타에서 5일가량 사라진 상태”라고 말해 그의 신변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오마르는 1994년 10월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 군벌과 내전에 대한 국민의 염증을 배경으로 학생 2만5000명을 규합해 이슬람 민병대 ‘탈레반’을 결성한 뒤 1996년 9월 수도 카불을 점령하며 정권을 장악했다. 그는 추종자들에게 물라(스승)라는 호칭으로 불렸는데 이는 ‘탈리브(학생)’에 상대되는 말이다. 오마르의 탈레반은 이슬람공화국을 선포하고 반군조직을 무장 해제시킨 뒤 약탈과 강도, 부정부패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여학교를 없애고 여성만의 외출을 금지하는 등 극단적인 남녀차별 정책과 세계문화유산 바미안의 불상을 파괴하는 행위 등으로 세계의 비난을 샀다.

오마르는 집권기간에도 카불은 한 번만 방문하고 ‘신의 피조물을 묘사하는 것은 죄악’이라며 사진촬영을 금지해 ‘얼굴 없는 애꾸눈 두령’ ‘은둔의 지도자’로 불렸다. 1997년 3월 오마르를 인터뷰했던 타임지는 그가 옛 소련과의 전투 도중 로켓탄의 파편에 맞아 한쪽 눈을 잃고 안대를 하고 있으며, 턱수염을 길게 기르고 침대에 누운 채 각료회의를 주재한다고 전했다.

탈레반 정권은 2001년 9·11테러의 주모자인 빈라덴을 인도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뒤 미국의 침공을 받아 붕괴됐으며 오마르는 파키스탄으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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