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인근에 사는 농부 다미앵 비뇽 씨는 요즘 일할 맛이 난다. 키우던 닭을 1만2000마리에서 3000마리로 75%나 줄였는데 수익은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유기농 달걀’로 업종을 바꾼 덕분이다. 6개 묶음을 예전보다 2배 이상 비싼 2유로(약 3078원)에 파는데도 주문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비뇽 씨처럼 최근 유럽과 미국엔 유기농에 뛰어드는 농가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장기 경기침체와 심각한 물가상승에도 고가의 유기농 제품에 대한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고 전했다.
유기농 시장의 성장은 21세기 초부터 예견됐다.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도 질 좋고 자연친화적인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영국 유기농연구단체 ‘오가닉 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유기농 시장의 규모는 2009년 기준 550억 달러(약 60조 원)로 10년 새 2배 이상 커졌다.
가장 큰 고객은 역시 미국이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267억 달러로 2009년보다 7.7%가 늘었다. 유기농 농업 인구도 같은 시기에 127%나 급증했다. 유럽 역시 지속적인 성장세다. 프랑스와 스웨덴, 벨기에는 평균 15% 이상 시장이 커졌다.
값비싼 유기농 제품이 경기를 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스위스 비영리재단 FiBL의 우르스 니글리 대표는 “경제적으로 힘들수록 먹는 것만은 좋은 걸 찾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고 설명했다. 주소비자가 중산층 이상이라 돈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불안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형화되다 보니 기존 대량생산 제품과 차별성이 떨어진다. 미국 유명 유기농회사 ‘헤인 설레스티얼 그룹’은 최근 프랑스와 노르웨이 업체에 대한 ‘문어발식’ 인수로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했다.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농업 인구가 너무 많은 것도 골칫거리다. 유럽에선 유기농 지원보조금을 줄이거나 없애 빚을 지는 농가가 늘고 있다. NYT는 “참다운 유기농 시대가 오기도 전에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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