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은 사상 최악의 토네이도 시즌을 보내고 있다. 22일 미주리 주 조플린 지역을 강타한 토네이도로 지금까지 116명이 숨졌다. 토네이도는 4∼6월에 주로 발생하므로 아직도 한 달 이상 토네이도 시기가 남았는데 올해 사망자는 벌써 480명을 넘어서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이 자연재해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이 의아할 정도다.
과학자들은 올해 유독 강력한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로 지난해부터 발달해 지구촌에 각종 기상이변을 낳았던 라니냐 현상을 들고 있다. 동태평양 해역의 수온이 낮아지는 이 현상은 북미 대륙 서북쪽에 있는 찬 제트기류를 동남쪽으로 몰고 가는 역할을 한다. 찬 제트기류가 멕시코 만에서 비롯된 따뜻한 공기와 미국 중부지역에서 충돌하면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라니냐가 원인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패턴으로 지난달 말에만 최소 300건의 토네이도가 발생했다”며 “라니냐 이외의 또 다른 기후변화가 토네이도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미국에선 토네이도가 875건 발생해 이전까지 최대 발생 월이었던 1974년 4월(267건)의 세 배를 넘어섰다.
피해가 커진 데에는 환경 요인 외에 인구사회학적인 요인도 크다. 지금까지 토네이도는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 지역보다는 농지가 끝도 없이 뻗어있는 대평원 지대에서 주로 발생해 피해가 적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난달 앨라배마 주, 최근 미주리 주를 휩쓴 토네이도는 모두 인구가 많은 도시 지역을 강타했다. 단순히 운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지만 최근 도시의 팽창으로 인구밀집 지역이 시골까지 확장돼 피해가 커진 측면도 있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처(NOAA)의 해럴드 브룩스 연구원은 “최근 이동식 주택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주택과 달리 이런 집은 급한 경보가 울렸을 때 대피할 수 있는 지하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조플린 지역을 덮친 토네이도는 피해 강도를 산출하는 ‘후지타 등급’ F0∼F5 중 두 번째로 강력한 ‘F4’에 해당해 이동식주택은 물론이고 석조건물과 중형차 등 지상에 있는 대부분을 하늘로 날려버렸다.
일부 전문가는 당국의 순발력 없는 대응도 꼬집는다. 현재 미국에서 토네이도 경보가 울리는 시점은 평균적으로 토네이도 도착 13분 전. 귀중품을 챙기기는커녕 몸을 피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당국은 예보 기술 발전을 통해 이를 30∼40분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로이터통신은 “지금은 토네이도 경보의 70% 이상이 잘못된 경보여서 주민들이 대피에 소홀한 측면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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