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여자선수들에게 의무적으로 미니스커트 유니폼을 입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어 거센 논란을 빚고 있다. ‘여성 운동선수를 눈요깃거리로 만들려는 상술’이라는 비판은 예상했던 바지만, 여자배드민턴 강국이 많은 이슬람권에서는 ‘종교별 문화별 의복문화의 차이’를 무시한 서구 편향적 결정이라는 반발도 거세다.
BWF는 최근 컨설팅회사에 자문해 새 복장 규정을 만들었다. 6월 1일 이후 BWF가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하는 여자 선수들은 반드시 무릎 위로 올라오는 스커트 또는 원피스(드레스) 형태로 만든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속바지를 입어도 되지만 겉옷은 반드시 치마 차림이어야 한다. 이런 규정을 만든 배경에는 “미니스커트 유니폼을 입으면 테니스처럼 배드민턴에서도 여자 스타가 많이 나올 것이다”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인 여자배드민턴의 흥행을 위한 것이다.
빠이산 랑시킷포 BWF 부회장은 26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여자 선수들이 너무 남자처럼 입는다. 우리는 그저 선수들이 좀 더 여성적인 매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국가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슬람은 여성의 신체 노출을 금기시한다. 이슬람 국가 중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배드민턴 강국이 많아 BWF도 곤혹스럽다. BWF는 “치마 안에 긴 바지를 입으면 된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파키스탄을 비롯한 각국 연맹은 새 규정을 보이콧할 방침이다.
여자 선수 유니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2004년 “여성성을 드러내려면 여자 선수들 유니폼은 조금 더 몸에 달라붙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가 여성 단체의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이 제안은 없던 일이 됐다.
체조나 육상, 배구, 비치발리볼처럼 남녀가 모두 출전하는 종목에서도 여성들의 유니폼이 갈수록 ‘섹시’를 지향하고 있다. 물론 세계비치발리볼협회는 여자 선수들이 비키니 유니폼을 입는 공식 이유는 “원피스 수영복보다 몸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기가 더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스포츠산업계에서는 미녀 스타는 흥행 보증수표로 통한다. 일본 니칸스포츠는 “비치발리볼은 몰라도 아사오 미와(淺尾美和)는 안다는 남성이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그전까지 일본에서 비치발리볼은 비인기 스포츠였지만 아사오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포츠 역사가 재니스 포시스 박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900년 파리) 올림픽에 여자 선수들이 참여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선수가 얼마나 예쁜지에만 관심을 뒀다. 실력은 늘 뒷전이었다”며 “이번 미니스커트 유니폼 논란은 그런 편견이 21세기에도 유효하다는 슬픈 사실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타이거 우즈에게 어떤 옷을 반드시 입고 뛰라고 말할 수 있겠나. 다른 선수들이 우즈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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