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외부 세계와 철저히 차단된 국내 전용 인터넷 시스템을 2년 안에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상호 소통을 뜻하는 인터(inter)의 인터넷이 아닌 내부(internal) 고립을 지향하는 역설적 인터넷 세상을 시도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이란 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기관의 발표를 인용해 올해 안에 이란 내 가정과 기업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의 60%가, 2년 내에 전국의 모든 인터넷이 국내 전용으로 교체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에서 사용되는 컴퓨터의 운영체제(OS) 또한 수개월 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제품에서 자국 상품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이란 정부는 구글이나 야후 등에 대응해 국내 정보만 검색이 가능한 검색엔진도 개발 중이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폭증하는 인터넷 정보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둘러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인터넷을 통해 유입되는 서구의 이념과 문화 등을 철저히 막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슬람 율법을 철저히 따르는 ‘할랄(halal)’ 문화를 인터넷에 적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9년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인터넷을 통한 서구 문화의 유입을 일컬어 서방 세계와 이란 간의 ‘소프트 워(soft war·이념 가치 등을 둘러싼 싸움)’라고 표현했다.
온라인을 통해 확산된 아랍 민주화 혁명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다. 1990년대 초반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 다음으로 인터넷을 도입한 이란은 이슬람 이념을 전파하기 위한 도구로 인터넷을 권장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블로그가 정권 비판의 도구로 활용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번 조치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2005년 취임 후부터 구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공립학교와 공공기관 수백 곳을 대상으로 ‘시험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국내 전용 인터넷의 기술적 오류를 보완해왔다. 2008년에는 국내 전용 인터넷 개발에 10억 달러의 예산을 할당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국내 전용 인터넷이 이용자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게 아닌, 서구 사회의 문화적 침입과 위협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왔다. 미국 회사의 검열 시스템에 의존했던 이란 정부는 2008년부터 독자적인 검열 기술을 보유할 만큼 검열 및 해킹 기술에 투자해왔다.
기존의 인터넷 시스템을 뒤엎고 국내 전용 인터넷을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어느 독재국가에서도 유례없는 일. 전문가들은 이런 시도의 기술적 성공 자체에 회의적이다. 누리꾼들이 외부 인터넷 서버에 접속하는 우회 방법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월 말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집트에서 인터넷과 통신이 차단되자 시위대는 모스 부호나 전화와 연결한 모뎀을 통해 외부 인터넷 서버에 접속했다. 하지만 ‘외부 세계와의 차단은 이란이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로 보는 이란이 이러한 기술적 결함을 극복하고 ‘온라인 쇄국’에 성공한다면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는 따르고 싶은 성공모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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