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높은’ 여자(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를 64년째 부인으로 ‘모시고’ 살고 있는 필립공(사진)이 다음 달 10일 90번째 생일을 맞는다. 필립공은 해군사관후보생이던 18세 때 13세 소녀 엘리자베스를 처음 만났다. 1947년 11월 20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결혼식을 올렸을 때 해군 장교였던 필립공의 나이는 21세. 엘리자베스 여왕이 먼저 그를 좋아했다. 필립공은 영화배우를 능가하는 외모와 뛰어난 유머로 뭇 여성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의 여동생들은 오빠의 결혼식에 오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적국인 독일의 귀족들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여왕의 남편으로 ‘내조’의 일생을 살아왔지만 필립공이 공처가는 아니다. 부부 간 대화의 주도권은 오히려 필립공이 갖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필립공은 매우 직설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이어서 여왕에게 불편한 조언도 거침없이 한다. 여왕의 비서였던 차터리스 경은 “필립공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왕을 평범한 인간으로 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필립공은 종종 실언(失言)으로 곤욕을 치러왔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9일 필립공의 실언 90가지를 정리 보도했다. △“당신은 여자인가요?”(1984년 케냐를 방문했을 때 선물을 받고 나서 현지 여성에게 한 질문) △“나는 그가 마이크를 껐으면 좋겠다.”(2001년 엘턴 존의 왕실 공연에 대한 감상을 묻는 질문에) △“그때 간신히 잡아먹히지 않았구나?”(1998년 파푸아뉴기니를 여행한 영국 학생에게) △“여기 더 오래 머물다가는 당신도 눈이 쫙 째진 채로 집에 갈 거예요.”(1986년 중국 방문 때 21세의 영국인 유학생에게 건넨 말) △“당신들, 제정신이 아닌 게 틀림없어.”(1982년 솔로몬제도의 인구가 연간 5%씩 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지역 주민들에게) △“여러분은 대부분 해적의 후손이 아닌가요?”(1994년 영국 식민지인 케이맨제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멍청한 놈!”(1997년 케임브리지대에서 주차요원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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