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사퇴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일본 중의원은 2일 자민당 등 야당이 전날 제출한 내각불신임결의안을 부결시켰다. 중의원 정원 480명 중 455명이 참가한 표결은 찬성 152표, 반대 293표였다.
간 총리에게는 절반의 승리다. 당장 사퇴 위기는 피했지만, 남은 임기는 시한부이기 때문이다. 그는 표결 직전에 열린 민주당 대의원총회에서 “재해와 원전사고 대응에 일정한 수습 전망이 보이는 단계에서 사퇴하겠다”고 약속했다. 당 분열을 막고 불신임안이 가결되는 수모를 피하기 위한 예상 밖의 고육책이자 절충안이었다. 야당으로선 허를 찔린 셈이다.
이날 오전만 해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불신임안 찬성’ 의지가 강하고, 반란 의원도 불어나는 추세여서 표결 결과를 점칠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 80명 정도가 찬성하면 불신임안은 가결되고, 간 총리는 10일 내에 자진 사퇴하거나 국회를 해산해야 했다. 이는 민주당 분열과 정계 개편으로 이어져 정치권에 극도의 혼돈을 가져오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57) 간사장 등 집행부는 1일 밤 “총리가 재해 복구 후 물러나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고, 2일 오전에는 하토야마 전 총리가 간 총리를 만나 ‘재해 수습 단계에서의 사퇴’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오자와파가 불신임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당내 찬성표는 2명에 그쳤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표결에 불참했고 하토야마 전 총리는 반대표를 던졌다.
향후 정국의 초점은 간 총리가 언제 물러나고 누가 후임 총리가 되느냐다. 간 총리는 22일로 끝나는 정기국회를 대폭 연장해 재해복구법안과 제2차 추경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올여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후임 총리는 민주당 당내 선거를 통해 뽑힐 당대표가 곧바로 중의원에서 총리로 선출되게 된다.
후임 총리에는 재해복구 과정에서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 인기가 급상승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47) 관방장관이 유력하다. 차세대 3인방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49) 전 외상과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3) 재무상도 거론되지만 마에하라 전 외상은 최근 외국인 정치헌금 문제로 물러나 가능성이 낮다. 이들은 간 총리가 이날 “젊은 세대에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한 데에도 부합된다.
조정 능력이 뛰어난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65) 관방차관도 후보군에 포함된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불법정치자금 문제로 재판 중인 데다 당원자격 정지 상태라 출마가 불가능하다. 오자와파가 내세울 대항마로는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51) 전 총무상과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51) 전 국회대책위원장이 거론된다.
일본 정국은 큰 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자민당은 여당을 흔들기 위해 여소야대인 참의원에 총리문책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간 총리가 사퇴 시점으로 정한 ‘재해 수습 전망이 보이는 시기’가 미뤄지고, 그러면 당내 반대파의 불만이 또 폭발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날 밤 상임간사회를 열어 불신임안에 찬성한 2명을 제명하고 오자와 전 간사장 등 표결에 불참한 15명에 대한 징계는 일단 미뤘다. 징계문제를 둘러싸고 당이 다시 내홍에 휩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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