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요양원 학대화면 공개 발칵… BBC 5주간 비밀리 촬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장애인-자폐환자 뺨 때리고 머리채 끌고…

영국 브리스틀에 있는 사설요양원 ‘윈터본’ 직원이 지체장애인을 바닥에서 강제로 끌며 괴롭히고 있다. 어떤 직원은 장애인들에게 나치 시절 구호를 외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영국 BBC TV 화면 촬영
영국 브리스틀에 있는 사설요양원 ‘윈터본’ 직원이 지체장애인을 바닥에서 강제로 끌며 괴롭히고 있다. 어떤 직원은 장애인들에게 나치 시절 구호를 외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영국 BBC TV 화면 촬영
영국의 한 고급 사설 요양원에서 환자들을 학대하는 모습이 폭로돼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BBC방송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파노라마’는 브리스틀의 윈터본 사설요양원에서 10여 명의 직원이 장애인과 자폐 환자들을 학대하고 조롱하고 있는 모습을 촬영해 지난달 31일 TV로 방영했다. 요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테리 브라이언 씨의 제보로 취재진이 요양원에 잠입해 5주 동안 비밀리에 촬영한 화면이었다.

방송에 따르면 직원들은 저항력이 없는 환자들에게 말을 듣지 않는다며 남녀를 가리지 않고 얼굴을 가격하거나 뺨을 때리는 등 구타를 일삼았다. 또 샤워를 시키기 위해 환자를 바닥으로 끌고 다니는가 하면 귀나 머리채를 잡아 당겨 움직이게 하는 등의 가학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또 환자에게 ‘벌’로 찬물 세례를 주고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해 놓은 채 욕설과 인격 비하적인 말들을 수시로 내뱉었다. 환자 중 한 명인 시몬 양(18)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벌을 받으러 감옥에 온 게 아니다”라며 “여기는 치료가 아니라 고문이 있는 곳이다. 나는 발로 차이고 머리가 잡혀 끌려 다녔다”고 말했다.

방송이 나간 뒤 직원 4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요양원 소유주인 캐슬백 그룹은 공개 사과했으며 직원 13명의 자격을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환자들은 모두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 폴 버스토 보건복지장관은 보건감독위원회(CQC)에 신속한 조사를 명령한 뒤 “충격적이었다. 장애인과 자폐 환자를 수용하고 있는 시설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윈터본 요양원은 24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환자 1명에게 주당 3500파운드(약 620만 원)를 받는 고급 시설이다. 소유주인 캐슬백 그룹은 이런 요양원을 전국에 56개(환자 580명)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9000만 파운드(약 16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BBC에 제보한 브라이언 씨는 “35년 동안 수많은 장면을 봐왔지만 최악의 상황을 목격해 병원 운영진과 지역 CQC에 알리고 시정을 요청했으나 모두 무시했다”고 말했다. CQC는 “브라이언 씨의 진정을 무시하는 바람에 조금이라도 일찍 환자 학대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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