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불신임안이 부결된 지 하루 만인 3일 총리 사퇴시기를 놓고 정치권이 또 격돌했다. 이유는 간 나오토(菅直人·사진) 총리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불신임안 표결 직전인 2일 오전 합의한 ‘확인사항’이란 메모에 구체적인 사퇴시기가 명시돼 있지 않아 제각각 달리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 총리는 “재해와 원전사고 대응에 일정한 수습 전망이 보이는 단계에서 사퇴하겠다”고 애매하게 약속했다. 이를 두고 재해복구법안과 제2차 추경예산안이 통과되는 시점에 사퇴할 것이란 전망이 퍼지면서 ‘길어야 여름까지’란 말이 돌았다.
하지만 간 총리는 2일 밤 “원전 냉온정지 상태가 완료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원전수습 로드맵에 따르면 이는 내년 1월을 의미한다. 이에 반대파는 “스스로 사퇴를 입에 담은 총리가 오랫동안 눌러앉아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 6월 중에 짐 싸라”고 반발했다.
간-하토야마 협의에 배석했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은 “두 사람이 사퇴시기에 대해 구체적 얘기를 나눈 적은 결코 없다”고 말해 전·현직 총리 간에 낯간지러운 진실게임이 벌어질 조짐마저 보인다.
하지만 간 총리와 집행부가 버티면 조기 퇴진을 강제할 방법이 별로 없다. 정기국회 회기를 연말까지 연장하면 같은 회기 내에 불신임안을 두 번 낼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야당과 오자와파는 불신임안 카드를 쓸 수도 없다. 야당은 여소야대인 참의원에 총리문책결의안을 낼 태세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지루한 정치싸움만 이어질 공산이 큰 셈이다.
한편 독일 주간지 차이트 최신호가 최근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의 각국 정상 얼굴을 그려 넣은 일러스트레이션에 2년 전 총리였던 자민당 아소 다로(麻生太郞)를 넣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아사히신문은 “총리가 매년 바뀌다 보니 일본의 존재감 자체가 옅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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