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아르헨 군정 ‘공중 처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정치범 비행기서 떨어뜨려

1970년대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정권이 정치범들을 비행기에서 산 채로 떨어뜨려 죽인 사실이 드러났다. 아르헨티나 연방법원은 비밀 구금시설로 사용된 해안정비학교(ESMA)에 구금됐던 프랑스 수녀 2명을 비행기에서 공중에 던져 죽인 혐의로 조종사 3명이 2일 기소됐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977년 경찰에 납치된 레오니 뒤케 수녀 등은 비행기에 태워져 남대서양 상공으로 끌려간 뒤 비행기에서 강제로 떠밀려 바다로 추락해 숨졌다. 당시 ESMA에는 5000명의 정치범이 수감돼 있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이 같은 ‘죽음의 비행’으로 목숨을 잃었다. 일부 시신은 조류에 떠밀려와 해변 주민들에 의해 묻혀 있다 2005년 뒤늦게 발견됐다.

호라시오 멘데스 카레라스 변호사는 “당시 ESMA에서 수감자들에게 가벼운 신경안정제를 투여한 뒤 비행기에 태워 옷과 수갑을 차례로 벗겼다”며 “손쉽게 ‘처리’하기 위해 마지막 약물을 투여한 다음 잠이 든 그들을 산 채로 던져 버렸다”고 말했다. ESMA에 구금됐던 한 남성은 “매주 수요일마다 간수들이 와서 번호를 외쳤다. 번호가 불리면 밖으로 끌려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정권은 이른바 ‘더러운 전쟁’ 기간(1976∼1983년)에 3만 명가량을 납치해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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