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맨 대통령 살레, 치료차 사우디로… 망명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6일 03시 00분


반군 포격때 구사일생… “게임 끝났다” 분석도
예멘 시위 중대 기로에

반군의 공격으로 부상한 예멘의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69·사진)이 4일 밤(현지 시간) 치료 명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해 2월부터 지속돼온 예멘 사태가 중대한 국면을 맞게 됐다.

‘임기 만료(2013년) 전 조기 퇴진과 처벌 면제’라는 걸프협력협의회(GCC) 중재안을 거부하며 33년간의 독재를 이어가고 있는 살레 대통령을 공격한 반군은 하시드 부족 군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가 본거지인 하시드족은 지난달 23일 수도 사나에서 정부군과 전투를 개시한 이후 사나 북부의 관공서들을 잇달아 장악해왔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3일 대통령궁 내 사원에서 측근 인사들과 기도를 하다 반군의 포격을 받은 살레 대통령은 심장 아래에 7.6cm의 유산탄 파편이 박혔으며 얼굴과 가슴에 2도 화상을 입었다.

포격 직후 나돌던 사망설을 일축하고 군병원에서 음성 방송으로 “건강하다”고 밝혔던 살레 대통령은 다음 날 부상한 핵심인사들과 함께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사우디 왕실의 제의에 따른 것이다. 살레 대통령은 목과 얼굴, 머리에 부상을 치료한 모습이 역력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사우디의 군병원에서 파편 제거 수술과 얼굴과 목에 입은 상처의 성형수술도 받을 예정이다.

중동 주변국과 서방 언론들은 살레 대통령이 예멘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치료를 구실로 한 사실상의 조기 퇴진 또는 망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우디의 정치분석가 칼리드 알다크힐 박사는 “이번이 게임의 끝이라고 본다”며 “대통령과 총리, 부총리, 의회지도자들이 모두 여기 있는 건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용이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권당의 한 관계자는 국영 뉴스통신 SABA를 통해 “살레 대통령은 치료를 마치고 며칠 안에 예멘으로 돌아가 2013년까지 예정된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무함마드 카탄 야권 대변인은 “그의 귀국을 막기 위해 모든 힘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차기 권력의 향방이다. 대통령직을 대행 중인 아브드라부 만수르 하디 부통령은 과도정부의 수장 역할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멘에 남아 있는 살레 대통령의 아들로 최정예 군조직인 공화국수비대를 이끄는 아흐메드가 권력을 장악하려 할 경우 본격적인 내전이 발발한 공산이 크다.

이런 가운데 사나 북부 하사다 지역에서는 이날도 살레 친위부대와 하시드 부족 간의 교전이 지속됐다. 남부 타이즈에서 정부군과 부족 간 교전으로 5명이 숨졌고 남부 아비얀 주에서도 군인 9명이 숨지는 등 충돌이 계속됐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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