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아이티 대지진부터 올 3월 동일본 대지진까지 대형 자연재해가 잇따라 발생하며 피해지역을 돕기 위한 지구촌의 따뜻한 손길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진 사망자 수 부풀리기 의혹, 모금액 미전달 등 구호의 순수성을 해치는 불미스러운 일이 연이어 터져 나와 국제 구호 시스템에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자선단체 옥스팜이 지난해 여름 1750명이 숨지고 1800만 명의 이재민을 냈던 파키스탄 대홍수 때 모금한 기부금 총 3900만 파운드(약 693억 원) 가운데 50만 파운드의 행방이 묘연해 자체 회계감사를 시작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6일 전했다. 옥스팜 본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라진 기부금을 찾아내고야 말겠다”고 공언했다. 옥스팜 본부는 성금 집행과정에서 일선 부패 관리 또는 현지 자선단체들에 의해 기부금이 빼돌려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AFP통신은 2010년 1월 아이티를 강타한 대지진 사망자 수가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당초 아이티 정부가 밝힌 사망자는 22만∼31만 명. 하지만 미국 국무부 국제개발처(USAID)가 ‘LTL Strategies’라는 회사에 의뢰해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는 4만6910∼8만4961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티 재건비용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1일 유엔 아이티 특별대사사무소(OSE)에 따르면 개별 국가와 국제기구 등 55개 주체가 2010∼2011년 두 해 동안 내겠다고 약속한 기부금(46억 달러)과 채무 변제액(10억1000만 달러)은 총 56억1000만 달러(약 6조588억 원)다. 하지만 2010년 아이티가 실제 지원받은 금액은 17억1000만 달러(약 1조8468억 원)로 약속했던 지원금의 37.2%에 불과하다.
모금액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도 빚어지고 있다.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을 돕자는 취지로 일본 적십자사와 일본 중앙공동모금회에 기탁된 의연금은 6월 2일 현재 총 2513억 엔(약 3조3600억 원)이다. 하지만 이 중 3분의 2 이상인 1691억 엔(약 2조2600억 원)이 아직 이재민 등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교도통신이 5일 보도했다.
국내난민감시센터(IDMC)와 노르웨이난민협의회(NRC)가 발표한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난민은 4200만여 명으로 전년도보다 2배 증가했다. 대형 자연재해는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 지구촌 차원의 성금 모금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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