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여종업원에 대한 성폭행 기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가 6일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오전 9시 15분경(현지 시간) 짙은 색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를 맨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부인 안 생클레르 씨와 변호인들을 대동한 채 맨해튼 법정에 들어서자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프랑스에서는 2개 방송이 공판을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보석 결정 후 2주일여 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자신에게 적용된 성폭행 기도 등 7가지 혐의가 낭독된 뒤 유죄인정 여부를 묻자 표정변화 없이 낮은 목소리로 “무죄(Not guilty)”라고 답했다. 다음 공판 날짜는 7월 18일로 정해졌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의 변호인 중 한 명인 벤저민 브라프먼 씨는 이날 법원 앞에서 기자들에게 “일단 증거들을 검토하면 이번 사건에서 강압적인 요인이 없었다는 점이 분명해질 것”이라며 합의의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해자 측 케네스 톰슨 변호인은 “피해자가 법정에 출두해 스트로스칸이 그녀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낱낱이 증언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원 앞에서는 뉴욕 호텔 및 모텔 협의회 소속 노조원 등 호텔 여종업원 100여 명이 유니폼을 입은 채로 시위를 벌였다. 여종업원들은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법정에 도착하자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쳤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날 첫 공판을 통해 스트로스칸 전 총재 측의 재판 전략이 분명해졌다고 전했다. 예상대로 ‘합의에 따른 성관계’를 주장함으로써 앞으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종업원의 말과 행동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는 것. 여종업원의 과거 행적에서 문제점을 찾아내 감성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12명의 배심원을 상대로 ‘성폭행 피해자’라는 주장에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또 사건 초기부터 지속해온 ‘말 아끼기와 침묵’ 작전을 고수할 것이라고 르피가로는 전했다. 사건 후 3주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연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말은 “무죄”라는 단 한마디였는데 짧은 말로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한 전술이라는 것이다. 언론에도 최대한 정보 노출을 막음으로써 여론과 배심원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결정적인 순간에 내놓을 메시지의 파괴력을 키우려 한다는 것이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무죄를 주장하고 정면 돌파를 선택함으로써 일반적인 성폭행 사건처럼 유죄 인정 합의로 끝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재판 진행 과정에서 반격하기 어려운 확실한 증거들이 나타나거나 명백한 패배가 가시화될 경우 징역형을 피하기 위해 전격적인 합의를 시도할 수도 있다고 르몽드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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