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총재 도전 佛 라가르드 “밀어줘요, 신흥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9일 03시 00분


브라질-중국 돌며 지지 호소… 인도 “유럽 독점 그만” 거부
멕시코 카르스텐스 총재 개도국 그룹 후보로 부상

차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유력 후보로 떠오른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이 브라질 인도 중국을 잇달아 방문하며 신흥국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놀랍게 성장한 신흥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라가르드 장관은 7일 인도에서 만모한 싱 총리, 프라나브 무케르지 재무장관을 만나 지지를 요청한 데 이어 8일엔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가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라가르드 장관은 7일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도 등 신흥국들이 그동안 IMF에서 경제규모에 비해 목소리가 적절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지난 10여 년 동안 인도를 방문하는 것은 내게 기쁨이었다”, “내가 총재가 된다면 내 몸의 일부는 인도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환심을 사기 위한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말 공식 출마선언을 하고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도 신흥국을 위한 IMF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라가르드 장관은 인도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무케르지 장관은 “IMF 총재 선출은 후보자의 경쟁력에 기초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원칙론을 고수했다. 신흥국들은 “IMF 총재직을 유럽이 독식해온 관행을 깨야 한다”며 라가르드 장관에 대항할 단일 후보를 찾는 데 주력해왔다. 현재까지는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가 개발도상국그룹의 대안으로 부상한 상태다.

아직 라가르드 장관에 대해 뚜렷한 찬반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중국이 라가르드 장관의 방문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심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라가르드 장관을 지지하는 대신 부총재 자리에 중국인을 심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도 한다. 뉴욕타임스는 “신흥국들 사이에 무리하게 새 후보를 내는 것보다 IMF의 개혁을 굳게 약속하는 라가르드 장관을 미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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