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입 작문 ‘선문답 문제’에 수험생 곤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9일 03시 00분


‘성실에 대해’ ‘원점으로 돌아가기’… ‘현미경에 비친 나’…

“유대왕 다윗의 반지에는 ‘모든 것은 지나간 일이 될 것이다’라고 쓰여 있고, 안톤 체호프의 반지에는 ‘어떤 일도 지나간 일이 될 수 없다’고 쓰여 있다. 두 문구가 무슨 생각을 하게 하는가.”

7일 치러진 중국 대학입시에서 상하이(上海) 시가 출제한 작문시험 제목이다.

중국 교육당국이 대입 수험생들에게 제시한 작문시험은 선문답과 같은 것이 적지 않다. 평소 독서와 사고 훈련을 하라는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뜬구름 잡는 문제를 내놓고 학생들의 장래에 영향을 미치는 시험에서 어떻게 평가하려고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간쑤(甘肅) 성의 ‘성실에 대하여’나 광둥(廣東) 성의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대표적으로 어려운 제목으로 꼽혔다. 전국 공통 문제 중에는 “복권을 사 달라는 부탁을 받고 샀다가 사서 확인해보니 10억 위안가량에 당첨됐다. 어떻게 나누겠습니까” 하는 문제도 있다.

산둥(山東) 성의 ‘세상은 당신들을 필요로 한다’와 전국 공통의 ‘성장에 대한 기대’ 등은 수험생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톈진(天津)은 ‘거울’이라는 제목을 주고 설명으로 망원경 현미경 반사경 등 온갖 거울로 비추어 본 자신의 모습을 소개해 달라고 주문했다.

중국 대입 작문시험에서 선문답형 문제가 출제된 것이 올해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후난(湖南) 성은 ‘빠르다, 이른 아침, 아침 인사’ 등의 여러 의미가 있는 ‘조(早)’를 제시했다. 지난해 전국 공통 문제 중에는 “밥상 위에 많은 생선이 있어 모든 고양이가 먹고 있는데 한 마리만 쥐를 잡고 있다. 다른 고양이들이 그 고양이에게 ‘이미 생선도 많은데 너는 왜 여전히 쥐를 잡고 있니?’라고 묻는다. 이 얘기는 무슨 생각이 들게 하는가”라는 것도 있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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