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총구 겨눴던 美에 “SOS”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3일 03시 00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개입촉구… 美, 구축함 파견 화답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 국가들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베트남이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분쟁 해결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고 미국은 구축함을 파견하기로 했다. 1960, 70년대 미국을 상대로 오랜 전쟁을 치렀던 베트남이 미국의 개입을 자청한 것은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국제사회의 역학관계를 보여주는 역사의 아이러니다.

베트남 외교부의 응우옌푸엉응아 대변인은 11일 “동해(남중국해 지칭)상에서 평화와 안정,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 이 지역 안팎 모든 국가의 공통 관심사”라면서 “국제사회의 모든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남중국해 분쟁 해결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등은 중국과 관련국 간의 개별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중국의 방침과는 배치된다.

또 베트남은 13일 남중국해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실탄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해군 관계자는 10일 “해군이 13일 실탄훈련을 6시간 동안 벌일 것”이라며 “훈련은 중부 꽝남 성에서 남중국해로 약 40km 떨어진 혼옹 섬에서 진행된다”고 발표했다. 12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와 경제중심지인 호찌민에서는 각각 수백 명의 시민이 반중국 시위를 벌였다고 외신이 전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계 해군 소장의 이름을 딴 구축함 ‘중윈(鍾雲)’호를 남중국해에 파견해 이 해역이 자유통항 해역임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홍콩의 원후이(文匯)보가 보도했다.

이에 앞서 중국 국방부는 9일 “서태평양에서 6월 중순 군사훈련을 실시한다”며 군함 11척이 태평양으로 향했음을 확인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베트남이 남중국해상에서 중국의 영유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중국 선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베트남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남중국해에서 지난달 26일과 이달 6일 원유탐사선의 케이블이 중국 측에 의해 잇따라 절단되는 등 주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필리핀은 남중국해를 ‘서필리핀해’라고 부르고 외교문서 등에도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정부 대변인이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이 명칭이 지리적 위치에도 맞는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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