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재외국민 참정권 투표를 앞두고 해외 한인 사회에서 한국 정치 바람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달 신임회장 선거 당시 부정선거 시비로 홍역을 치렀던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련)가 금품 제공 논란에까지 휘말리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미주총련은 미국 전역 전·현직 한인회장 1160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단체로 250만 미국 한인 동포를 명목상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단체다. 미주총련은 재외국민 참정권 결정 이후 국내 정치 영향권에 들어가며 회장직을 두고 볼썽사나운 대립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다.
○ 부재자 투표, 금권 선거 논란
지난달 28일 시카고 서북쪽 노스브룩힐턴 호텔에서 미주총련 회장 선거가 열렸다. 올해 선거는 한인회 서남부연합회장을 지낸 김재권 총련 이사장(64)과 한인회 동남부연합회장을 지낸 유진철 총련 부회장(57)이 맞붙어 치열한 선거전 양상이 전개됐다. 이날 선거에선 김 이사장이 516표를 얻어 411표를 획득한 유 부회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문제는 당선 발표 직후 행사장에서 벌어졌다. 유 부회장이 부재자 투표에 부정을 제기한 것. 유 부회장 측은 “부재자가 아닌 사람에게서도 우편 투표가 들어왔고, 우편투표 발송지와 유권자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제 제기는 극심한 소란으로 이어졌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사태가 진정됐다.
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논란은 당선자가 거액으로 시비를 무마하려 했다는 폭로로 이어졌다. 유 부회장은 1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이사장이 패배 인정 대가로 15만 달러를 수표로 건넸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이 6일 애틀랜타로 자신을 찾아와 선거운동원이 부정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하며, 이사장 자리와 임원 추천권으로 자신을 회유했다는 주장이었다. 유 부회장은 당시 대화 내용을 모두 녹음해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 역시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미주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돈은) 유 부회장이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다기에 위로금 차원에서 건넨 것”이라며 “부정 선거 인정이나 회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 평온하던 교민사회에 조직 난립
사태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지만 이러한 ‘잡음’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정치색이나 출신 지역별로 향우회와 후원회가 속속 생겨나며 과열 조짐을 보여 왔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 ‘박근혜 조국사랑 미주연합’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자유광장’이 발족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 등을 지지하는 단체들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게다가 워싱턴 일대에는 영남 호남 충청 등 정치색이 뚜렷한 향우회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재외국민 선거 바람이 일고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2009년 3월 의전적 자리에 불과한 뉴욕 한인회장 선거가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며 후보들이 1인당 최소 2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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