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선 산채로 소 목잘라… 네덜란드서 “동물 학대” 여론금지법 추진에 두 종교 연대 지도자들 나란히 거리시위도
소 도축 방법을 놓고 서방권과 이슬람 등 타 종교권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서방사회는 도축 시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게 먼저 기절 또는 마취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곳이 많다. 하지만 이슬람 및 유대교에서는 살아있는 가축의 목을 칼로 자르는 방법을 사용한다.
갈등이 첨예한 현장은 네덜란드다. 네덜란드 의회는 16일 도축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현행 네덜란드 도축법은 도살하기 전 반드시 기절 또는 마취시켜 의식을 잃게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슬람이나 유대교 방식은 예외로 인정해왔다. 그 예외조항을 없애는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슬람 율법은 동물을 잡을 때 먼저 머리가 메카를 향하도록 한 뒤 ‘비스밀라(신의 이름으로)’라고 외치면서 단칼에 목을 내리치도록 하고 있다. 유대교 방식은 도축용 칼을 뺀 나머지 기계 장치 사용을 일절 금지한다.
법 개정에 95만 명에 이르는 네덜란드 내 무슬림과 4만5000여 유대인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두 종교 단체는 연대회의체를 조직했으며 지도자들인 이맘과 랍비들이 함께 암스테르담 거리를 행진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도축법 개정은 동물보호당이 2008년 원내 진입에 성공하면서부터 추진돼 왔다. 동물보호당은 “두 종교의 전통이 동물의 고통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는 동물의 고통을 더는 용인하지 않는다. 종교의 자유는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해롭게 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허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슬람식 도축은 최근 호주-인도네시아 간에도 외교분쟁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한 호주 TV는 목이 잘린 소가 피를 흘리다 죽는 모습을 방영했다.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도축업자들이 전통방식으로 소를 도살하는 장면이었다. 호주 국민들은 경악했고, 호주 정부는 살아 있는 소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서방의 시각으로 보기엔 ‘잔인함의 극치’인 도살 방법에 대해 무슬림은 단칼에 목숨을 빼앗는 게 동물들이 천국에 가도록 ‘친절하게 돕는 길’이라고 반박한다.
무슬림은 이렇게 잡은 ‘할랄’(‘허용한다’는 뜻) 고기만 먹을 수 있다. 대부분 무슬림은 할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비이슬람 국가에 가면 해산물과 채소만 먹는다. 유대인들도 종교 전통에 따라 처리한 ‘코셰르’(‘정결하다’는 뜻) 식품만 먹을 수 있다. 해외 슈퍼마켓에 할랄 또는 코셰르 식품 코너가 따로 있는 이유다.
돼지고기처럼 무슬림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은 ‘하람’(‘금지한다’는 뜻)이라 불린다. 한국의 초코파이도 원래 하람 식품이었다. 가운데 들어 있는 하얀 젤라틴을 돼지가죽에서 추출했기 때문. 이에 제조사는 소에서 추출한 젤라틴으로 초코파이를 만들어 이슬람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