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선전도 요란했던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 영화 ‘건당위업(建黨偉業)’이 15일 중국 전역에서 동시 개봉했다.
이날 밤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 구 왕징(望京)의 한 영화관을 찾았다. 300석 중 관객은 50여 명에 불과했다. 오전에 극장에 전화했을 때 “예매 안 하면 자리가 없을 것”이라던 극장 직원의 말과는 딴판이었다.
영화는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망하고 다섯 살의 어린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가 울면서 황제 자리를 내놓아 공화제 분위기가 높아지는 것으로 시작됐다. 군부 실력자 위안스카이(袁世凱)가 총리대신이 된 후 이어 황제에 즉위하는 등 보수 반동 기운이 높아지자 일본에서 활동 중이던 쑨원(孫文) 천두슈(陳獨秀)와 베이징대 교수, 학생 등 지식층이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 제1차 세계대전 후 1919년 열린 파리강화조약에서 산둥(山東) 성에서의 일본의 지배적 권한을 인정하는 21개조를 승인하자 5·4운동으로 애국주의 운동은 절정을 이룬다.
영화에는 저우룬파(周潤發·위안스카이 역)와 류더화(劉德華) 판빙빙(范빙빙) 등 정상급 배우 108명이 출연했고 중국 당국은 이 영화를 위해 할리우드 영화의 개봉을 미루게 할 정도로 심혈을 쏟았다.
개봉 후 인터넷에는 “집에 돌아가 역사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창당 전의 분위기가 생생히 느껴진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올라왔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만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실망이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너무 많은 스타를 출연시키는 데 주력하다 보니 내용이 진지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거창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짜임새 없는 전개, 애국주의 주제만 강조하다 디테일한 영화의 참맛을 못 살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의 국력은 최근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부를 살펴보면 가짜 식품 파동으로 체면을 구긴 데 이어 소수민족들의 집단 의사 표출에 이어 농민공들의 잇단 저항으로 심각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중국 당국은 계몽성 ‘홍색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창당 축하 분위기를 높이려고 했지만 영화는 아직 정제되지 못한 중국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듯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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