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총리 ‘脫원전 카드’로 정국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日국민 80% “원전폐지 찬성”… 문화계 거장 속속 “원전반대”
쟁점화 편승 총선 실시 가능성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계 거장들이 잇따라 원전 반대를 외치고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부리’는 16일부터 도쿄 도 고가네이(小金井) 시의 회사 옥상에 탈(脫)원전을 호소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스튜디오 지부리는 원자력발전소가 만들지 않은 전기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라는 내용이다. 이는 지부리 설립자이자 일본 애니메이션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도쿄신문이 19일 전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도 최근 스페인에서 열린 한 수상식에서 “우리가 가진 지혜를 모아 국가 차원에서 원전을 대신할 에너지 개발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와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도 9월 도쿄에서 열리는 ‘원전과 작별하는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이런 원전 반대 분위기에 편승해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탈원전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국회 해산과 총선을 밀어붙일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피폭지역인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의 ‘원폭의 날’을 계기로 8월 초 전격적으로 국회를 해산한 후 ‘원전 찬성이냐 반대냐’를 쟁점으로 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자민당 부총재는 18일 방송에 출연해 “간 총리의 성격으로 볼 때 (탈원전이라는) 단일 이슈로 선거를 치르려 할지 모른다”고 전망한 뒤 “(하지만) 원전 찬반을 묻는 선거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원전에 우호적인 자민당은 ‘원전 찬반’이 선거 쟁점이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 이상이 원전을 폐지하는 데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 총리는 지난달 6일 하마오카(濱岡) 원전의 운전 중단을 지시한 게 여론의 지지를 받자 원전 확대 정책을 백지화하는 등 수시로 탈원전 입장을 밝혀 왔다.

간 총리가 8월까지 물러나지 않은 채 이 같은 선거 전략을 관철하려 할 경우 조기 퇴진을 요구하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집행부에서도 반발이 강해져 일본 정국은 또다시 싸움판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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