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美-탈레반 평화협상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비밀접촉설 첫 공식확인… 美 “폭력포기 등 수용땐 타결”
NYT “美, 금주 철군방식 발표”

2001년 말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이 지루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시작한 사실이 아프간 대통령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18일 수도 카불에서 TV로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탈레반과의 협상이 이미 시작됐다”며 “외국군 특히 미국이 참여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과 탈레반의 비밀 협상설은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으나 공식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미국도 부인해 왔으며 탈레반 측도 “외국군이 철수할 때까지 협상은 없다”며 협상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뒤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관도 성명을 통해 “미국은 아프간 정치세력 간 화해 노력을 지지하고 이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폭력을 포기하고 △알카에다와의 동맹을 단절하며 △아프간 헌법을 준수하는 3가지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군사작전을 끝내고 정치적 해결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개시했다는 소식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현재 10만 명 수준인 아프간 주둔 미군을 올해 7월부터 단계적으로 철군하는 여러 계획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아프간에서 ‘완만한 철군’을 하느냐, ‘신속한 철군’을 하느냐에 관한 오바마 행정부의 내부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르면 이번주 중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18일 보도했다. 신문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특히 미군의 무인기 공격과 비밀작전을 통해 아프간과 파키스탄 접경지대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 핵심 인물 30명 중 20명이 제거됨에 따라 백악관 등이 밀고 있는 신속한 철군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국방부는 7월부터 수천 명만 철군시키고 대부분의 병력을 계속 주둔시키는 완만한 철군론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한 고위 관료는 “(5월 초 미군특수부대에 사살된) 오사마 빈라덴의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발견된 자료들에서 알카에다 지도부의 약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알카에다의 사기가 꺾였으며 빈라덴은 부하들이 죽음을 두려워해 더는 테러공격 지시를 내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 관료도 “파키스탄 내 작전도 성공해 파키스탄은 이제 알카에다의 피난처가 아닌 상태”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1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