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프간-파키스탄 평화협정 논의 앞두고… 탈레반, 회담 열릴 호텔 습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30일 03시 00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28일 밤 수도 카불에 있는 최고급 호텔인 인터콘티넨털호텔을 습격하는 대담한 공격을 감행했다. 테러범들과 아프간 군경 사이에 이튿날 새벽까지 5시간 넘게 교전이 벌어졌으며 모두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무장헬기를 출격시켜 로켓공격으로 호텔 옥상에 있던 테러범들을 사살하는 등 소탕작전을 지원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기관총, 유탄발사기, 대공무기, 자살폭탄조끼 등으로 중무장한 테러범 9명이 28일 오후 10시 반경 경비원들을 쓰러뜨린 뒤 호텔 내부로 진입했다. 이후 총을 난사하고 폭발물을 터뜨리자 호텔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호텔에 머물던 승객 60∼70명은 방으로 대피했으며 일부는 창문을 깨고 밖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교전과정에서 큰 폭발음이 여러 차례 들렸으며 위쪽의 일부 층에서는 불길과 연기가 치솟았다.

카불 서쪽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호텔은 평소 외국인들이 즐겨 찾아 경비가 삼엄한 곳이다. 피격 당시 호텔 내에는 30일부터 개최되는 아프간 안보책임 전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온 고위 관리들이 투숙하고 있었다.

아프간 특공대는 호텔로 공급되는 전기를 차단한 채 암흑 속에서 호텔 객실을 하나씩 확인해가며 테러범들을 소탕했다. 테러범 9명 전원이 사살되거나 자폭했으며 경찰 2명과 민간인 10명 등 12명이 숨졌다. 숨진 민간인들은 대부분 호텔 직원이나 스페인 관광객도 1명 희생됐다.

아프간 탈레반은 공격이 시작된 직후 성명에서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다. 자비울라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번 공격은 평화협정 논의를 위해 호텔을 방문한 미국과 아프간, 파키스탄 관계자들을 처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호텔에 투숙한 외국인과 아프간인들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경계가 삼엄한 특급 호텔을 노린 것은 미군과 아프간군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측면이 있다. AP는 안보 및 치안 권한을 넘겨받을 예정인 아프간 정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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