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피랍 佛기자 2명 18개월만에 고국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자유와 사랑에 배고프다”… 佛 환호

6월 30일 오전 8시 45분 프랑스 파리 인근 빌라쿠블레 공항. 프랑스 국영 3TV(F3)의 에르베 게스키에르 기자(47), 스테판 타포니에 카메라 기자(46)를 태운 비행기가 활주로를 향해 다가오자 기다리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카를라 브루니 여사, 레미 플리믈랑 프랑스TV 회장, 두 기자의 가족과 동료 기자 등 100여 명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두 기자는 2009년 12월 29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동북쪽 카피사 계곡에서 통역 레자 딘 씨 등 현지인 3명과 함께 탈레반에 납치된 지 18개월 만인 6월 29일 풀려나 고국으로 돌아왔다.

게스키에르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납치된 후 8개월 동안 혼자 지내 너무 힘들었지만 최근 5개월 동안은 타포니에와 함께 있었다”며 “약간의 건강 문제는 있지만 고문을 받거나 학대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포니에 기자는 “자유에 배고프고 사랑에 배고프고 모든 게 배고프다”고 말했다. 게스키에르 기자는 발칸 분쟁부터 아프리카 사하라 서부 국가의 내전 등을 취재한 베테랑 종군기자이고 타포니에 기자는 아프간의 전쟁 영웅이자 북부 반군의 전설적 지도자 아흐메드 샤 마수드를 직접 촬영하기도 했다.

알랭 쥐페 외교장관은 “프랑스는 18개월 동안 한순간도 석방의 노력을 멈춘 적이 없다”며 “두 사람의 몸값을 지불하지 않았으며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두 기자의 석방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아프간 재건 리포트를 만들던 중 납치된 두 기자는 이후 104일 동안 생사 여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탈레반은 지난해 4월 12일 웹사이트에 동영상을 공개하며 서방세계의 탈레반 죄수와 맞교환을 요구했다. 당시 두 기자는 동영상에서 지친 표정으로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것을 요청한다. 아니면 우리는 처형된다”고 호소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탈레반은 지난해 11월 또 한 번 두 사람의 동영상을 공개했으나 생사 여부는 불투명했다. 납치 500일째인 지난달 13일엔 ‘국경 없는 기자회’가 “1980년대 레바논에서 있었던 기자 억류 사건 이후 가장 긴 기간”이라며 파리 시내 50여 개 공원과 정원에 대형 사진을 걸고 풍선을 날리며 이들의 석방을 기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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