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황제 머독의 굴욕… ‘마이스페이스’ 헐값 매각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마이스페이스를 3500만 달러에 매각했다. 6년 전 인수대금 5억8000만 달러의 16분의 1 수준이다. SNS 분야의 최강자였다가 순식간에 페이스북에 밀린 마이스페이스의 ‘헐값 매각’은 인터넷 산업의 급속한 흥망성쇠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머독이 이끄는 미국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은 3년여 적자를 면치 못하던 계열 SNS업체 마이스페이스를 온라인 광고전문 ‘스페시픽 미디어’에 매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이 6월 29일 보도했다. 뉴스코프는 마이스페이스의 지분 5%를 계속 보유하게 된다.

뉴스코프는 SNS 초기단계인 2005년 마이스페이스를 5억8000만 달러에 인수했으나 사용자들과 광고주들이 경쟁업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으로 이탈하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당초 2003년 크리스 드월프와 톰 앤더슨 등 2명이 자신들을 최초의 친구로 하는 온라인 인맥 구축 쌓기 사이트로 시작한 마이스페이스는 무명의 대중음악인들이 팬들과 서로 교류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데 적극 활용하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2004년 등장한 페이스북이 사용자 편의에 맞춰 사이트를 개편하는 등 경쟁력을 갖추는 동안 마이스페이스는 싸구려 광고와 느린 속도 때문에 급속도로 사용자가 줄어들었다.

인터넷 조사전문 콤스코어 통계에 따르면 페이스북 사용자가 10억 명을 넘어선 가운데 3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SNS였던 마이스페이스의 방문객은 5월 한 달간 3490만 명에 불과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온라인 광고 판매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스페시픽 미디어의 팀 밴더훅 최고경영자(CEO)는 “마이스페이스를 디지털 미디어 회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