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명문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신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 12일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옥스퍼드대는 저소득층 학생 비율을 현재 6%에서 9%로, 케임브리지대는 저소득층 학생 수를 현재 80명에서 103명으로 늘린다. 런던정경대(LSE)도 진학률이 저조한 공립학교 출신 입학생을 현재 257명에서 2017년까지 400명으로 늘린다. 이들 학교는 저소득층 학생을 △공립학교 △대학진학률이 낮은 학교 △노동자계층 △빈민가 출신으로 규정했다.
이에 앞서 이날 대학 감독기관인 ‘공정한 기회 보장기구(OFFA)’는 123개 대학 가운데 80개 대학이 내년 가을학기부터 연간 등록금을 9000파운드(약 152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등록금 인상안을 승인했다. 그 대신 OFFA는 저소득층 학생을 더 많이 입학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이 등록금을 현재 2배 수준인 연간 6000파운드 이상 받으려면 저소득층 학생을 더 많이 입학시켜야 한다.
대학들은 등록금을 올리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이번 조치를 받아들였지만 여러 과제를 안게 됐다. 저소득층 학생의 입학률을 얼마나 높였는지에 대해 해마다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또 시험점수보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특별전형을 함께 고민하게 됐다.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으로 생기는 부가수입 중 일부를 이번 저소득층 학생 모집과 전형에 쓸 방침이다. 이번 조치에 대한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저소득층의 입학 기회를 인위적으로 확대하면 중산층 학생들의 문호가 상대적으로 좁아져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옥스퍼드대 관계자는 “공립학교 출신 학생들을 저소득계층으로 분류한 것은 잘못”이라며 “공립학교에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도 있고 일부 사립학교는 장학금을 줘 저소득층 학생을 입학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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