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핫 피플]美 두가드 vs 파티맘, 모성이 이렇게 다를수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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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엄마’가 웃었다. 하지만 각각의 웃음은 전혀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한 사람의 웃음은 사랑을, 다른 사람의 웃음은 분노를 사람들의 가슴에 심어줬다. 미국인 제이시 두가드(31)와 케이시 앤서니(25)의 이야기다.

두가드는 12일(현지 시간) ‘도둑맞은 삶(A Stolen Life)’이란 자서전을 출간했다. 그는 1991년 6월, 11세 때 괴한에게 납치됐다. 납치범의 집 뒷마당에 지어진 조악한 창고에 18년 동안 감금됐다. 성폭행을 당해 2명의 딸을 낳았다.

앤서니는 5일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순회재판소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다. 19세에 싱글맘으로 딸을 낳았던 그는 두 살된 딸 케일리를 살해한 혐의로 2008년 기소됐다.

‘도둑맞은 삶’은 하루 만에 17만5000부가 팔려나가며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앤서니의 변호인은 감옥에서 나올 그녀의 신변을 걱정하고 있다.

○ 두 딸을 데리고 돌아온 소녀

“아이가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더는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고, 내 사람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에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두가드는 자서전 출간을 앞두고 10일 ABC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뒷마당 창고에서 홀로 아이를 낳은 것이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며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열네 살에 첫딸을 낳았다.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두가드를 납치했던 필립 가리도(60)는 임신한 그녀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출산 비디오 프로그램만 틀어주었다. 3년 후인 1997년 둘째 딸이 태어나자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두 번째 사람이 생겼고, 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작은 조각’이 생긴 것 같았다”고 그녀는 회고했다. 두가드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닌 것이 학력의 전부이면서도 두 딸들을 직접 가르치며 키웠다.

2009년 8월 두가드는 자유를 되찾았다. 가리도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내에서 허가 없이 종교 홍보전단을 돌리려다 경찰에 붙잡힌 것이 계기였다. 신원조회 결과 가리도가 가석방 상태의 성폭행범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여죄를 추궁하다 가리도 부부가 두가드를 납치, 감금해 왔다는 사실이 함께 밝혀졌다.

두가드는 처음에는 자신의 이름이 엘리사라고 우기며 가리도를 납치범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자신의 변한 모습을 받아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책에서 그녀는 “딸들을 생각하는 나 자신의 모습에서 엄마가 나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을 거란 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18년이란 시간은 두가드와 그녀의 어머니 테리 프레빈 사이의 정을 끊어놓지 못했다. 프레빈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8년 동안 제이시에게 굿바이 키스를 해주지 못한 것 때문에 자책하며 살았다. 사라지기 전날 저녁에 아이가 아침에 굿바이 키스를 해달라고 했었는데, 정작 다음 날 아침에는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아이들에게 키스를 해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러나 이것이 좋은 교훈이 됐다. 여러분도 (바쁘다고만 하지 말고) 아이들을 위해 잠시만 시간을 내라”고 덧붙였다.

○ 유골로 돌아온 두 살배기 딸과 ‘파티맘’

앤서니의 이름 앞에는 ‘파티맘’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2008년 6월 두 살 된 딸 케일리가 실종됐는데도 신고는커녕 나이트클럽에서 광란의 파티를 즐긴 사실이 드러나 이 같은 별명을 얻었다. 앤서니는 심지어 클럽의 비키니 대회에도 참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의 실종 기간 중 페이스북에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문신을 새긴 자신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녀는 19세에 케일리를 낳았고 친정에서 아이를 기르고 있었다.

앤서니는 케일리의 행방을 묻는 아버지에게 “보모와 함께 있다”고 둘러댔다. 그녀는 한 달이 지난 후에야 어머니에게 “보모가 아이를 유괴했다”고 말했다. 결국 앤서니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를 했고 그제야 수사가 시작됐다.

케일리는 실종된 지 6개월 만인 그해 12월 집 근처 숲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입과 코에는 배관공들이 사용하는 강력 테이프가 감겨져 있었고, 부검 결과 질식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앤서니의 컴퓨터에서는 ‘질식사’ ‘클로로폼(마취약)’ 등을 검색한 기록이 발견됐다. 검찰은 곧바로 앤서니를 1급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그녀가 자유로운 생활을 위해 딸을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케일리가 집 수영장에서 사고로 익사했으며 앤서니는 이를 숨긴 것뿐이라고 맞섰다.

2년 7개월간 계속된 법정 공방 끝에 배심원단은 수사관들에게 거짓말을 한 혐의 등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수사 과정에서 그녀는 실종신고를 한 하루 뒤에 케일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하거나, 가상의 인물 두 명에게 실종 사실을 말했다고 하는 등 거짓말을 했다.

검찰은 강력테이프에서 앤서니의 DNA를 찾지 못하는 등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법의학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케일리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밝혀내지도 못했다. 결국 케일리의 죽음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겨졌다.

결과적으로 앤서니는 1급살인 혐의에 대해선 무죄 평결을 받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17일 자유의 몸이 된다. 2008년 9월 구속돼 3년 가까이 복역한 것과 복역 태도가 좋았던 점이 참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앤서니 사건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최소 16개 주에서 케일리의 이름을 딴 ‘케일리 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부모나 법적 후견인이 아이의 실종이나 사망 후 일정 기간 안에 신고를 하지 않으면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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