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소유 WSJ-폭스뉴스 ‘해킹 축소’ 바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8일 03시 00분


다른 언론 해킹 다룰때 머독 인터뷰 크게 실어…
해킹사건 사설로도 비난해온 英 더타임스 ‘언론의 길’ 눈길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제국 소속 언론사들은 영국 휴대전화 해킹 스캔들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동아일보는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 가운데 영국의 대표적 신문인 더타임스, 그리고 미국 내에서 영향력이 큰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포스트, 폭스뉴스 등이 최근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논평했는지 분석했다.

○ 소극적인 WSJ, 적극적인 더타임스

WSJ는 15일자 1, 3면 전면에 머독 회장 단독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살해당한 영국 소녀의 휴대전화 해킹 사실이 보도된 6일 이래 WSJ는 주로 해킹 스캔들과 관련된 단순한 사실 보도에만 치중했다. 1면에 다뤄진 기사들의 헤드라인을 살펴보면 ‘해킹 사건, 타블로이드에 타격’(6일자) ‘해킹 조사하겠다’(7일자) ‘뉴스코프, 뉴스오브더월드 폐간’(8일자) ‘소용돌이 속 뉴스코프, BSkyS로 선회’(9일자) ‘뉴스코프, BSkyS 인수 포기’(10일자) 등이었다. 반면 지난 2주 동안 관련 사설은 단 한 건도 게재하지 않았다. 8일자 뉴욕타임스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전직 공보 담당자였던 앤디 쿨슨이 체포됐다는 소식과 함께 해킹 스캔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을 때에도 WSJ는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의 ‘주요 기사(What's News)’ 코너에 기사 한 건만 실었다. 이날 지면에는 1, 3면에 뉴스오브더월드(NoW)의 폐간 기사가 실렸다. 미디어 비평가 딘 스타크먼 씨는 WSJ의 보도 행태에 대해 “명백한 불균형적 보도”라고 비판했다.

뉴욕포스트도 마찬가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다른 언론들이 매일같이 해킹 스캔들을 보도하는 동안 뉴욕포스트 홈페이지와 지면 1면에는 이 사건이 언급되지 않은 날도 있었으며 어떤 날은 경제 섹션에만 다뤘다”고 비판했다.

반면 더타임스는 적극적이었다. 6일자 사설에는 “휴대전화 해킹 사건에 가담한 게 사실로 밝혀진 상황에서 이 나라에서 부끄럽지 않을 언론인은 없을 것”이라며 “이것은 비난할 만한 것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제까지 더타임스를 포함해 머독 소유 신문들이 사설을 통한 의견 개진을 안 해왔지만 이제부터는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틀에 한 번꼴로 뉴스오브더월드 폐간, 언론인의 윤리, 머독 부자 의회 참석 등에 대해 사설로 의견을 내며 비켜가지 않았다.

○ 입 다문 폭스뉴스

방송 중에는 뉴스채널 폭스뉴스가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폭스뉴스는 CNN과 MSNBC에 비해 해킹 스캔들을 적게 보도했다. 미디어모니터 업체인 미디어매터스가 7월 4∼13일 3개 방송사 대본을 분석한 결과, 주요 3사의 해킹 스캔들 보도 횟수는 폭스뉴스가 30회, MSNBC가 71회, CNN이 108회였다. 미디어매터스의 한 관계자는 “평소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해온 폭스가 자신들의 보스(머독)를 당혹스럽게 할 이야기를 어떻게 보도할 것이냐는 고약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또 한 주간 미디어 이슈를 다루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자 간판 프로그램인 ‘폭스 뉴스 워치’에서 해킹 스캔들을 보도하지 않았다.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폭스&프렌즈 쇼’ 패널로 나온 홍보전문가 밥 딜렌슈나이더 씨가 “언론들이 영국 해킹 스캔들을 지나치게 많이 다루고 있다”고 비판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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