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19일 상원 민주당과 공화당 핵심 의원들이 3조7000억 달러의 적자감축 계획을 내놓으면서 정부부채 상한 증액 협상의 공은 하원 공화당 강경파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민주 공화 양당의 적자감축 추진 6인 그룹인 이른바 ‘갱 오브 식스’가 발표한 그랜드바겐안은 향후 10년간 지출 삭감과 세수 증대를 통해 3조7000억 달러의 적자를 줄인다는 내용으로 상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공화당이 주장하는 사회보장 지출 삭감과 민주당이 주장하는 증세를 적절하게 섞은 비교적 합리적인 제안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상원 감축안이 발표되자 주가가 크게 오르고 달러화 가치가 반등하는 등 미국 금융시장도 기대감을 표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추구해온 접근법과 광범위하게 유사한 방안”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감축안을 가지고 20일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 등과 함께 백악관에서 협상을 재개할 방침이다. 그러나 상하원의 법안 처리 절차를 감안할 때 22일까지는 협상이 타결돼야 하는데 그때까지 갱 오브 식스의 적자감축안이 법안 형태로 만들어지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협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하원 공화당 강경파는 상원 합의안에 대해 일단은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원 공화당 강경파를 이끄는 캔터 원내대표는 “상원 합의안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건설적인 제안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하원 공화당 강경파가 누그러진 입장을 보이는 것은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화당에 책임이 돌아갈 것이라는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강경파 내부에서도 민주당이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관련 예산을 줄이기로 양보한 상황에서 공화당도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원 합의안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는 세금 인상을 포함하고 있어 합의점 찾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원 공화당의 강경 기류를 주도하는 의원 20여 명은 세금 인상의 핵심이 부유층에 대한 증세라는 이유로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세금 인상 반대를 내걸고 당선된 티파티계 초선 의원으로 방만한 지출을 줄여 정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이념파이다.
하원은 19일 지출을 줄이고 정부가 세입 이상 지출할 수 없도록 하는 ‘지출 감축, 상한, 균형예산(cut cap balance)’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4, 반대 190으로 가결했다. 이 법안에 세금 인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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