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나라’이자 ‘안전한 사회’의 상징이던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참혹한 테러는 21세기 지구촌에서 더는 테러와 ‘묻지 마 살상’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음을 일깨워준다.
이번 사건은 이렇다 할 종교적, 사회적 분쟁이 없고 국민의 행복지수도 항상 최상위권인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테러여서 전 세계에 주는 충격은 더욱 컸다. 노르웨이는 평소엔 거물 정치인들도 경호원 없이 거리를 활보할 만큼 안전한 데다 교회를 매주 나가는 신도가 전 국민의 2%에 불과할 정도로 ‘종교색’도 옅다.
9·11테러 이후 서방세계가 온통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 가능성에만 촉각을 곤두세운 사이, 비(非)서유럽 출신 이민자들을 겨냥한 극우 민족주의자들의 증오와 불만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었다.
사건 용의자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는 범행 전 작성해 인터넷에 띄운 1500쪽 분량의 ‘2083년 유럽의 독립선언’이란 문서에서 자신의 인종주의적 견해를 소상히 밝혔다.
그는 “매년 수천 명의 무슬림이 노르웨이에 몰려들고 있다”며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썼다. 이어 “노르웨이 신문이 마호메트의 풍자만화를 게재한 것을 정부가 사과한 것은 겁쟁이 같은 짓이었다”고 비난하고 “세르비아가 무슬림을 몰아낸 코소보 사태에 나토군이 잘못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등 극단적인 반(反)이슬람 성향을 드러냈다.
브레이비크의 이런 생각은 최근 급증한 노르웨이 이민자 수와 관련이 깊다. 1970년만 해도 2%에 불과하던 이민자 비율은 지금은 11%로 늘어났다. 노르웨이 내 이슬람교도는 16만여 명으로 총인구의 3.4%에 해당한다. 이날 브레이비크의 테러 타깃이 된 곳은 이민자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펴온 집권 노동당의 청소년 캠프였다.
노르웨이 등 유럽의 반이민자 정서는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거치며 한층 더 강화됐다. 무슬림 등 외국인들이 자국에 들어와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박탈감이 커졌고, 생활이 궁핍해지면서 분노의 대상을 이민자들에게서 찾는 경향이 커진 것이다.
최근 유럽 각국의 잇단 우경화 바람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숨죽여 지내던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다시 목소리를 키우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서방 각국이 자국민 민족주의자들의 공격 가능성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이번 사건의 빌미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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