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노르웨이 ‘평화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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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8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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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시민은 사상 초유의 극우주의자 테러 사태가 터진 지 사흘 만에 장미를 들고 시청 앞에 모였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는 “(테러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더 많은 민주주의와 개방성, 휴머니즘”이라고 오른뺨 맞고 왼뺨을 내밀 듯 말했다. 다음 날 하콘 왕세자는 이슬람사원을 방문해 파키스탄 출신 이맘(이슬람교 성직자)의 손을 잡았다. 테러범의 총기 난사 때 늑장 출동한 경찰에 대해서도 비난하는 소리가 없다.

▷1970년대 북해 유전 개발로 석유 수입이 마르지 않는 덕에 북유럽에서도 거의 완벽한 복지국가를 구현하는 나라가 노르웨이다. 1인당 국민소득 세계 2위(8만4543달러)로 어린이집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이고, 무상의료의 질도 높다. 근무시간은 주당 30시간에 불과해 놀고먹는 사람들 같지만 “일해서 세금 내는 걸 행복해하는 사람들”이라고 걸프뉴스는 전했다. 하지만 1970년대 북해 유전이 개발되기까지 노르웨이는 가난한 농업 국가였다. 500년간 덴마크와 스웨덴에 지배당한 아픈 역사도 있다.

▷노르웨이를 번영지수 1위 국가로 꼽은 영국의 레가텀연구소는 사회적 신뢰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다른 사람을 신뢰하느냐”를 묻는 질문에 74%가 “그렇다”고 답할 만큼 노르웨이의 사회적 신뢰는 1등이라는 것이다. 남도 나처럼 정직할 것이므로 정부도 당연히 깨끗하다고 믿는다. 세금 많이 내면 복지혜택도 많이 돌아오는 게 당연하다. 범죄자도 나쁜 사람이라기보다 치료받아야 할 환자로 보는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교도소도 노르웨이에 있다.

▷“모두가 착한 사람들”이라고 믿는 세상은 천국 같다. 하지만 ‘인간의 회의’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평등과 박애, 관용과 동질성을 이상적 가치로 떠받드는 나라에서 “꼭 그렇진 않다”고 말하기가 어디 쉽겠나. 일하진 않고 복지혜택만 따먹는 이민자에 대한 반감도 감춰야 한다. 이처럼 노르웨이의 사회적 모델이 너무 좋다고 믿는 나머지 이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평화의 상처’라고 한다. 그래서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엔 인간의 이중성을 그린 음습한 범죄 소설이 폭발적 인기란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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