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 째깍째깍… 미국이 들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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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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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정치권 못 참겠다”… 시민들 의원들에 전화시위

《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사태를 막기 위한 부채한도 협상타결시한(8월 2일)이 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 대륙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시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분노를 노골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
부채 협상이 당연히 타결될 것이라고 생각해 단순한 정치 이벤트 정도로 여기며 크게 신경쓰지 않던 미국 시민들이 마감시한이 다가오는데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분노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주요 매체가 연일 국가 디폴트가 실제 생활에 미칠 파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5일 협상 타결을 재촉하는 전화를 의원들에게 하라고 국민들을 독려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뉴욕포스트는 27일 의사당 전화교환실 직원들이 의원들에게 교환으로 연결되는 구내 라인 말고 가급적 다른 전화를 사용하도록 권고할 정도로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협상에서 강경한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의 공식 홈페이지는 폭주하는 항의성 e메일로 다운되기도 했다. 트위터에는 워싱턴 정가를 조롱하는 의미를 담은 문구를 주제어로 사용한 트윗이 26일 하루 3만6000건에 달했다.

미국 시민들이 이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국채 금리 상승으로 여기에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학자금 대출, 자동차 대출 등의 이자율도 함께 오른다는 사실에 눈을 떴기 때문이다.
부채협상안 표결 연기 ‘악재’… 증시, 두달여 만에 최대 폭락


오바마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
미국의 부채협상 마감시한이 임박하면서 금융시장 동요가 본격화하고 있다.

뉴욕 증시는 27일(현지 시간) 미 하원이 부채협상안을 28일에 표결하기로 했던 계획을 연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최근 두 달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급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전일 대비 198.75포인트(1.59%) 하락한 1만2302.55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03%와 2.65% 급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제동향보고서(베이지북)에서는 경제성장이 더욱 둔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
이에 따라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Volatility Index·클수록 금융시장 공포심리가 크다는 뜻)도 5주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국가부도 리스크를 반영하는 미국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는 사흘째 오른 62bp로 마감해 지난해 2월 8일 이후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무위험자산으로 분류되어온 미 국채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조달금리가 오를 뿐 아니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하는 미증유의 사태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가에서는 미리 자금조달을 해두고 현금을 쌓아두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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