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회사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유리 천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미국 기업에는 여성차별과 별개로 아시아 국적이나 아시아계 미국인의 고위직 상승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인 ‘대나무 천장’이 존재한다고 미 비영리 싱크탱크인 고용정책센터(CWLP)가 주장했다.
CWLP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 ‘미국 속 아시안’에서 “미 직장인 29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계 응답자들 중 25%가 승진에서 차별을 경험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반면 백인 응답자들은 4%만 ‘아시아계 동료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고 답해 인식 차가 컸다.
센터에 따르면 ‘대나무 천장’은 현실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현재 미국 인구 가운데 아시아계의 비율은 약 5%. 그러나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에서 경영자 지위에 오른 아시아계는 단지 1.5%였다. 리파 라시드 CWLP 연구원은 “아시아계가 느끼는 차별이 과장이 아니란 증거”라며 “아이비리그 졸업생의 16%가 아시아계임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심각한 수치”라고 말했다.
한편 ‘1년 안에 이직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아시아계 남성은 백인 남성보다 3배나 높은 비율로 “있다”라고 응답했다. 여성 역시 아시아계가 40%가량 높았다. 실비아 휼렛 수석 연구원은 “높은 학력과 성실한 태도로 ‘모범적인 소수인종’으로 불리는 아시아계가 쉽게 회사를 관둘 마음을 먹는 것 또한 ‘대나무 천장’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는 이런 대나무 천장을 없애려면 “기업의 인식 변화와 교육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아시아계는 너무 순종적이고 조용하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조사 결과 오히려 아시아계가 임금인상이나 승진에 훨씬 적극적이었다. 언어·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도록 교육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세계 최대 병원용 의약품 제조사인 ‘머크’는 3년 전 ‘아시안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를 이수한 아시아계 90명은 모두 주요 관리직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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