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원 3명 입국 저지]무명 정치인 3명 짭짤한 선거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 원한 것 다 얻은 그들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의원 등이 ‘울릉도 방문’을 통해 노린 건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하나는 독도를 영유권 분쟁지역으로 떠들썩하게 만드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들의 국내 인지도를 올려 정치적 입지를 굳히겠다는 정치적 의도다. 울릉도에 못 간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한국행을 강행하고 김포공항에서 종일 버티기를 한 데서 볼 수 있듯이 이들의 진짜 속내는 개인적 정치선전에 있다.

왼쪽부터 신도 요시타카, 이나다 도모미, 사토 마사히사 의원.
왼쪽부터 신도 요시타카, 이나다 도모미, 사토 마사히사 의원.
이들은 일본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는 ‘무명 정치인’이었다.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던 신도 의원은 최근 보름간 일본 종합일간지에만 19차례(극우 산케이신문 12차례) 보도됐다. 다른 두 의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명세를 탔으니 의도한 대로 ‘한 건’ 한 셈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들이 자기를 띄우려는 의도였다면 500%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도권 ‘사이타마 2구’가 지역구인 신도 의원은 2003년 총선에선 낙선했고 2005년 당선했다. 2009년엔 지역구에서 탈락한 후 간신히 비례대표로 부활했다. 후쿠이(福井) 현 출신 재선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의원도 2005년 총선에서 300여 표 차로 간신히 승리했을 만큼 다음 선거를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참의원 의원은 지난해 비례대표로 처음 당선한 초선이다. 한결같이 선거 기반이 취약한 이들로서는 이번의 소동으로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유권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치적으로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이들은 극우적인 발언과 행적으로 우익 표를 결집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내심 정치적 주판알을 튕기며 만족스러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산케이가 줄곧 큼지막하게 보도해왔고, 1일 오전 일본 하네다 공항엔 10여 명의 우익세력이 와서 이들을 응원했다.

또 다른 목적인 ‘독도 분쟁화’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신도 의원 등이 그동안 “울릉도에서 일장기를 들고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이름)는 우리 영토’라고 주장할 의도는 없다”고 반복한 말 속에 이미 ‘다케시마는 일본 땅’ ‘독도는 분쟁지역’이라는 주장이 숨어 있다. 한국의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이 저마다 입을 댔고, 한국 언론 또한 크게 보도했다.

이들은 한일관계를 우려해 관망 자세를 취해오던 일본 정부까지 자신들의 의도대로 끌어들였다. 정부 대변인 격인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며칠 전만 해도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1일엔 “합법적으로 입국하려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에 대해 그런 대응(입국 금지)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자민당 지도부도 겉으로는 “국회 일정이 중요하니 연기했으면 좋겠다”며 말렸지만, 좀 더 적극적인 조치에 들어가지 않는 등 사실상 묵시적 동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도 의원 등과 자민당은 앞으로 ‘한국 정부에 의해 부당하게 쫓겨났다’는 주장을 부각하면서 한일 양국 정부를 상대로 집요한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익세력을 결집하고 민주당 정권을 공격할 호기를 잡은 것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동영상=계란, 고춧가루 날아다닌 공항 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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