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Q: 대량학살범의 심리상태는 어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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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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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타인 고통 무감각한 ‘사이코패스’

《노르웨이의 살인마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 크에 대한 충격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대규모 살상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의 심리상태는 어떠하기에 이런 행위를 스스럼없이 일으킬 수 있는 것인가.(ID: san2****)》

세계 언론은 노르웨이의 테러범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과연 누구인가에 관해 연일 수많은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있다. 사건 직후 발견된 선언문에서 그는 자신의 극단적 선택이 기독교 가치관을 비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을 지원하는 많은 세력이 재하는 것처럼 과시하면서, 무분별하게 이교도들을 유입시킨 정치인들이 그 같은 ‘테러’를 저지르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며칠 사이 밝혀진 여러 가지 부가적인 사실들은 이 같은 내용들이 교묘하게 왜곡되어 있음을 보여줬다. 우선 브레이비크가 죽인 대상들은 이슬람교도가 아닌 무고한 어린아이들이었다는 점. 또한 그는 어느 조직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았으며 공범도 없었다는 점. 그가 사용한 총알은 특수 제작된 것으로 단시간에 많은 사람을 살생하기 위함이 목적이지 정치적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하는 일반 폭발물이 아니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살상 당시 마약을 복용했다는 점. 이런 사실들은 브레이비크의 행위가 사실상 그가 주장하듯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선언적 테러’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한다. 오히려 그가 저지른 대량살인은 ‘모던 워페어 2’라는 폭력적 게임에 중독된 과대망상적 극단주의자가 극히 개인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저지른 사회를 향한 보복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수정 경기대 일반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수정 경기대 일반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현재 노르웨이 법정은 브레이비크가 범행할 당시의 정신상태가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의 범위를 벗어났던 것인지, 행동에 대한 통제가 불가하였던 것인지 따지고 있다. 여전히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으며 피해자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그는 범행 당시에도 책임을 조각할 만한 병적인 정신상태에 놓였던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완전히 이성적인 선택에 따라 자신과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을 반복해서 살해하는 사람의 심리는 어떤 것인가. 캐나다 연구자인 로버트 헤어 박사는 이 같은 소위 ‘피도 눈물도 없이’ 잔혹범죄를 반복하는 이들을 ‘사이코패스’라 명명했다. 이후 연구자들은 이상성격자라고 볼 수 있는 사이코패스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뒤 그들에게서 유전적인 특이성이나 중추신경계의 손상기전이 존재함을 발견했다. 특히 이 같은 태생적인 특질에 특수한 환경이 겹칠 경우 폭력적인 행동이 외부로 표출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이코패스로 확인된 폭력사범은 사실상 타인과의 감정교류가 불가능하다. 즉 그들은 타인, 특히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다. 이들에게 피해자들의 눈물과 비명은 자신의 폭력행위에 대한 성과물일 뿐이다.

브레이비크는 자신의 잔혹행위에 거창한 타이틀을 붙였고 자신은 불합리한 사회부조리의 희생양임을 자처하였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가 희생양으로 삼은 어린아이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막상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희생자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여자 아이들부터 잔혹하게 살해했다. 그의 행위는 결코 범인들의 이성적 범주 안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물론 이처럼 잔혹한 행태가 정상적인 정신세계에서 과연 가능한 것이냐는 논쟁은 법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형사처벌의 기능이 사회 방위를 목적으로 하는 측면도 있다고 보면 사회에 지속적인 위험요인이 될 사이코패스에 대한 엄한 처벌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수정 경기대 일반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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