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미FTA 9월처리 합의…의회 통과 ‘유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4일 14시 58분


당초 8월 처리가능성이 컸던 한미 FTA 이행법안의 미 의회 인준이 9월 처리로 가닥이 잡혔다.

미국 의회 상원의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가 3일 한국 등 3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의 다음달 처리에 사실상 합의한데다 미 행정부도 이에 적극 동조할 뜻을 밝혀 9월 의회 통과가 유력해졌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좀 다르다. 추가 협상 등을 요구하며 민주당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여당 내에서도 '8월 처리', '9월 연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비준안 처리의 밑그림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일단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의사일정이 늦어져 정기국회 후반부까지 비준안처리가 지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여야 여전한 대립각..여당 내에서도 입장정리 안돼

미 상원의 여야 대표가 FTA 이행법안 처리에 합의한 것은 미 의회 내 찬반논쟁이 서서히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원내 대표인 해리 리드 의원과 미치 매코넬 의원은 모두 스스로 공언했듯 FTA 지지세력이 아니지만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아래 의견의 일치를 봤다.

외교통상부가 미 상원의 합의에 '환영' 논평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교롭게도 미 상원 여야 대표의 합의소식이 전해진 날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미 의회전문지에 올린 글을 통해 "한-미 FTA가 일자리 창출과 양국 관계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은 양국에 충성심 없는 다국적 기업들의 조작"이라며 반FTA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민주당은 앞서 '현재 한미FTA 협정안 반대'와 '미국과의 추가협상'을 요구하며 대안으로 '10+2'안을 정부와 여당에 던져놓은 상태다.

8월 임시국회에 대한 생각도 여야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나라당은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미국보다 먼저 8월에 처리하든가, 최소한 상임위 통과까지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8월 회기 내 민생외에 정치적목적의 한미FTA 처리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문제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어떻게든 8월에 강행하자'는 입장이지만 또다른 한쪽에서는 '강행 반대-속도조절론' 주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당내에서조차 "이런 식으로 우왕좌왕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초조한 정부.."9월이라도 가능할까?"

한 외교부 관계자는 미 의회의 소식이 전해진 뒤 "여전히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상당수 의원이 FTA 찬성의 대각선에 있지만 내년 1월1일 한미 FTA 발효에 대한 큰 틀의 합의는 이뤄진 셈이다.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의회 의사처리 시스템상 미국은 이번처럼 여야 대표 간 합의가 이뤄지면 웬만한 현안은 무난히 국회를 통과하지만 우리나라는 상임위-본회의를 모두 통과해야 하고 실력저지 등 물리력이 동원되면 법안 상정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둔 말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몇번이나 "8월 임시국회 내 절반정도(상임위 통과)만이라도 절차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되뇌었다.

외교통상부는 향후 FTA 비준전망에 대해 "국회에서 원만히 처리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 당국자는 "솔직히 9월이라도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국정감사 등으로 제대로 비준안 처리가 쉽지 않은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명성을 부각하려는 야당의 정치공세에 말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우에 따라 비준안 처리는 정기국회 막판으로 밀려 처리될 공산이 크고 이렇게 되면 2012년 FTA 발효라는 한미간의 당초 약속은 지켜지기 어렵게 된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민주당 정권 시절 타결된 협정이 4년여동안 잠자고 있다는게 말이되느냐. 이것은 국제적인 신뢰의 문제"라며 안타까워했다.

정부 부처 내 FTA 관련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사실상 8월 휴가를 포기한 채 정치권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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