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인근의 월드트레이드센터(WTC) 공사 현장. 타워크레인과 중장비가 굉음을 울리는 가운데 안전관리 담당인 루이스 저스트리(여·58) 씨는 추모공원에 들어설 추모연못을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잠겨있는 듯했다. 2001년 9월 11일 WTC의 쌍둥이빌딩이 비행기 테러로 붕괴됐을 때 그는 돌 더미를 헤치며 생명을 구했던 소방관이었다. 10년 뒤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는 WTC를 바라보는 그의 감회는 남달랐다.
“소방관에서 은퇴한 후 폐허가 된 이곳을 내 손으로 다시 일으키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원해 4년 동안 이곳에서 일했다.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에 더는 건물을 세우지 않는다. 추모연못을 2개 만들어 그곳에 모든 희생자의 이름을 새길 것이다.”
9·11테러 발생 10주년을 한 달여 앞두고 공사를 주관하는 미국 뉴욕·뉴저지 항만청과 실버스타인 개발사는 4일 외신 기자들에게 WTC 재건 현장을 공개했다. 4만8562m² 터의 절반은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4개의 사무동이 들어서고 나머지 절반은 박물관과 추모연못 등으로 구성된 메모리얼파크가 들어설 예정이다.
4개 사무동 타워 중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1776년을 상징해 1776피트(541m·63빌딩의 약 2배) 높이로 지어지는 ‘1 WTC’(일명 프리덤타워)는 현재 76층까지 공사가 마무리된 상태다. 내년 상반기에 완공될 빌딩 정문에는 ‘절대 잊지 말자(NEVER FORGET)’란 슬로건이 걸려있다.
쌍둥이 빌딩이 공격받는 장면을 바로 앞에서 목격했던 공사현장 매니저 힐 스티븐 씨는 “세계가 주목하는 역사적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다음 달 11일 열리는 기념행사에 맞춰 우선 메모리얼파크를 완공하기 위해 인부들은 맞교대로 24시간 작업을 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었다. 일부 인부들이 강한 노동 강도와 저임금에 항의하며 파업을 벌이는 광경도 눈에 띄었다.
메모리얼파크는 사무동 공간과는 달리 나무로 어우러져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곳에 심어진 나무는 10년 전 붕괴현장에서 살려낸 나무들로 일명 ‘생존나무’로 불린다.
조 대니얼 9·11박물관 단장은 “추모연못의 벽에는 테러희생자 2983명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붙는다”며 “가족의 이름을 붙여 새겨 넣었고 사이트(names.911memorial.org)에 들어가면 희생자들의 상세한 스토리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새 WTC센터의 위상과 관련해 WTC 터를 소유한 뉴욕·뉴저지 항만청의 크리스 워드 청장은 “9·11테러의 ‘상징’을 넘어서서 입주자들과 관광객 쇼핑객을 불러모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폐허였던 그라운드제로에서 새로운 WTC로 부활하는 이곳은 다음 달 12일 메모리얼파크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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