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지난 6일밤 발생한 폭동은 사회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분노의 표시인가? 경찰 차량에 돌과 화염병으로 공격을 가하고, 상가 유리창과 문을 부수는가 하면, 건물에 불을 지르고, 떼를 지어 약탈한 물품을 잔뜩 들고 상점을 나서는 모습에 영국 사회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국인들은 TV를 통해 이러한 장면들을 지켜보면서 폭력과 약탈이 난무하게 된 배경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이번 사건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마크 더건(29·남)이 지난 4일 경찰의 검문을 받는 과정에서 총격을 받아 숨진 사건이 발단이 됐다.
경찰의 과잉 대응을 탓하는 가족과 친척, 친구들이 경찰서까지 가두 행진하는 과정에서 소셜네트워킹서비스인 트위터 등으로 연락을 받은 지역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시위대는 300여명으로 불어났다.
평화적 시위는 어둠이 깔리면서 폭력적 양상으로 이어져 경찰 30여명이 다치고 시위대 61명이 체포됐다.
또한 일요일인 7일 밤에도 토트넘 인근 엔필드와 월섬스토, 월섬 포리스트, 이슬링턴과 런던 남부 브릭스톤에서는 경찰 차량에 대한 투석, 상점 약탈 등의 모방 범죄가 이어졌다.
런던 도심인 옥스퍼드 서커스 일대에서도 공공기물 파손행위가 일부 목격됐다.
BBC는 8일 "이번 폭동의 배경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깔려있다"고 진단했다.
1980년대 초반에 일어났던 폭동들이 경기 침체가 원인이었던 것처럼 이번 사건의 배후에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청년 실업률 등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토트넘은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낙후된 곳이다.
경기가 침체돼 실업률이 상승하고 정부의 복지 예산 삭감 등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계층은 저소득층이다.
실제 토트넘 지역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사람들이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방황하는 젊은층이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교육 훈련에 참가하도록 도와주는 지방자치단체 프로그램 등도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대폭 줄었다.
폭동이 발생한 토트넘 지역을 포함하는 해링게이 구의 경우 올해 청소년 관련 프로그램의 예산이 최고 75% 가까이 삭감됐다.
중앙 정부는 자선 단체와 지역사회가 정부 예산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줄 것을 원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11월 젊은이들이 등록금을 3배로 인상한 정부에 맞서 과격한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도 생존권 위협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정부 청사의 출입문과 유리창 등을 공격했고 찰스 왕세자 부부가 탄 차량에 테러를 가해 영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현지 언론들은 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찰의 인력 부족과 사기 저하도 이번 사건을 확산시킨 한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실제 토트넘의 평화적 시위가 폭력적 양상으로 변할 당시 시위대는 500명으로 불어났지만 출동한 경찰은 100명에 불과, 시위대의 과격 행동을 차단하지 못해 사건을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경찰은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일간 더 타임스는 지적했다.
지역 주민 노마 존스(48)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창문을 통해 지켜봤는데 상점을 약탈해 달아나는 사람들은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면서 "이번 폭동은 인종간 갈등이라기 보다는 젊은이들과 경찰 사이에 빚어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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