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북부 토트넘의 한 89세 노인은 7일 평화적인 시위가 약탈과 방화 등 폭력 사태로 변하자 이같이 한탄했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 전했다. 6일 토트넘에서 시작돼 8일 런던 전역 곳곳의 저소득층 주거지역으로 확대된 폭력 사태는 전환기 영국 사회의 취약성과 고민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8일로 사흘째를 맞은 폭력 사태는 토트넘 외에 브릭스턴, 엔필드, 이즐링턴, 월섬포리스트, 폰더스엔드, 그리고 옥스퍼드서커스 지역으로 확산됐다. 폭도로 변한 시위대는 마스크를 쓰고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대낮에 가게를 약탈했다.
남부 브릭스턴에서는 젊은이 200여 명이 상점을 털고 경찰을 공격했다. 곳곳에서 약탈이 진행되는데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출동한 경찰이 방관했다는 불만도 높다. 부상당한 경찰은 35명으로 늘어났다. 경찰은 170여 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근대 민주주의 요람’을 자처하는 영국인들은 수도 런던에서 원시적 폭력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무법천지로 전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위가 폭력 사태로 비화한 원인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린다. 경찰은 “폭력을 일으키는 일부 청년이 시내를 다니며 폭력과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무정부주의자들이나 범죄조직, 거처가 일정하지 않은 세력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트넘 주민들은 이번 시위의 발단이 된 경찰 총격 사망자 마크 더건 씨 사건에 항의하며 6일 평화적 시위를 벌이던 16세 소녀를 경찰이 방패로 찍는 폭력적 진압을 해서 시위대를 격분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보수당 정부의 재정 지출 축소로 인한 청년층의 실업률 증가, 흑인 등 이주민 증가에 따른 다문화 사회의 갈등, 경찰과 정부의 대응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가 예산 긴축으로 사회 서비스를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빈곤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절망감이 커졌고, 이것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토트넘의 한 버스운전사는 “청년층 실업이 줄어들지 않으면 이 같은 사태는 또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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