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달러를 모금해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보내주고 싶다는 한 소녀의 꿈이 그녀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마침내 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달 20일 교통사고로 숨진 미국 소녀 레이철 베크위드 양(9)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녀가 개설한 기부 웹사이트(www.charitywater.org/rachel)에 전 세계에서 100만 달러가 넘는 성금이 답지했다고 시애틀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은 물론 유럽 남미 아시아 등의 시민들이 동참했고, 레이철 양이 돕고자 했던 아프리카에서도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14일 현재 모금액은 105만여 달러로 2만7000여 명이 기부에 참여했다. 앞으로 46일간 더 기부를 받을 계획이어서 모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레이철 양은 5세 때부터 기부에 관심을 가졌다. 항암치료를 하는 어린이들이 쓸 가발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자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자선단체에 보내는 그런 아이였다. 아프리카에 물을 보내려고 했던 것도 깨끗한 물이 없어 고통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결심한 일이었다.
두 달 전인 6월 12일 9번째 생일을 맞은 레이철 양은 생일파티를 대신한 기부행사로 220달러를 모았다. 목표로 했던 300달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모금행사를 접고 전달할 방법을 찾아나섰다.
하지만 7월 20일 시애틀 인근에 살던 소녀는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고속도로에 나섰다가 트럭과 충돌해 중상을 입었다. 나머지 가족들은 멀쩡했으나 레이철 양만 크게 다쳐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교회 목사와 친구들은 소녀를 도울 방법을 찾다가 레이철 양이 만든 기부 웹사이트를 다시 살리기로 뜻을 모았다. 며칠 뒤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부모는 생명보조장치를 떼는 데 동의했다. 머리카락을 잘라 자선단체에 보냈고 장기들도 다른 어린이들에게 기증했다. 이후 레이철 양의 고운 마음과 못다 이룬 꿈이 인터넷 등을 타고 전 세계로 전해졌다. 레이철 양이 생일파티 대신 친구들에게 부탁했던 기부액인 1인당 9달러씩 내는 사람이 많았다. 수천 달러를 낸 사람도 있고, 돼지저금통을 깨서 2.27달러를 낸 5세 아이도 있었다.
레이철 양의 어머니 서맨사 폴 씨는 내년 딸의 1주기 때 아프리카를 찾아가 딸의 작은 꿈이 어떻게 열매를 맺고 있는지를 직접 볼 계획이다. 폴 씨는 “많은 사람이 딸의 꿈이 이뤄지도록 넘치는 사랑을 보여줘 경이로울 따름”이라며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해줄 ‘레이철 우물’을 직접 보게 되면 감격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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