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독일 여행길에 오른 마하 와찌랄롱꼰 태국 왕자(59)는 독일 뮌헨 공항에서 발이 묶이는 수모를 당했다. 20년 전 태국 정부가 진 빚 때문에 독일 집행관이 왕자가 타고 있던 보잉 737 전용기를 압류한 것. 1990년대에 방콕과 돈므앙 국제공항을 잇는 26km 길이의 자동차 도로를 지어준 독일 건설사 발터바우는 공사비 3800만 유로(약 585억 원)를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즉각 “왕자 전용기는 왕실 재산이지 정부 소유가 아니므로 돌려줘야 한다”고 항의했다. 까싯 피롬 외교장관이 직접 독일을 찾아가 “독일 당국은 ‘엄청난 실수’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압류는 풀리지 않았고 결국 4주가 지난 9일 태국 정부가 독일 정부에 부채 전액에 대해 은행 지급 보증을 써 주고 나서야 압류 사태가 해결됐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태국에서 왕실 재산과 정부 재산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1932년 발생한 쿠데타로 입헌군주제가 되면서부터 태국 왕실 재산은 영국처럼 정부가 통제하게 됐다. 하지만 1948년 왕실의 소득은 ‘왕의 편의대로’ 소비할 수 있다는 법이 제정되면서 왕실 재산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무력화됐다. 이후 푸미폰 아둔야뎃 현 국왕의 인기가 높아지며 국민들도 왕실의 재산 소유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됐다.
2010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왕실인 태국 왕실의 자산은 350억 달러(약 37조 원·2008년 8월 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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