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모기지 채권 우량등급 남발로 금융위기 촉발 혐의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9일 03시 00분


美법무부, 3년 전 일 들춰… S&P에 美 신용강등 보복?

미국 법무부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린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S&P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에 우량 신용등급을 남발해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했다는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S&P가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기 전부터 조사가 시작됐지만 조사 내용이 3년 이상 전의 일이어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보복수사로 비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S&P와 무디스, 피치 등 3대 신용평가사의 등급산정 과정에서 불법 부정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S&P 사내에서 등급산정을 담당하는 부서의 애널리스트는 모기지 채권의 위험도를 감안해 낮은 등급을 주려 했는데도 영업부서에선 이를 무시하고 고의로 등급을 높여준 사례가 있었는지가 조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와 피치도 같은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S&P의 전직 고위 간부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법무부는 S&P의 고유 업무 영역인 채권이나 국가의 등급산정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지만 평가작업 과정에서 부당거래 등 범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가려낼 계획이다. 에드 스위니 S&P 대변인은 “정부의 협조 요청에 응할 것이고 전현직 직원들이 증언하는 것도 막지 않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신용평가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리스크가 높은 파생금융 상품에 우량 등급을 남발한 것은 이들의 수익구조와 관련이 깊다. 신용평가사는 채권의 신용을 평가하면서 동시에 피평가자인 채권 발행기관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고객을 유치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 평가사로선 비록 위험도가 높아도 후한 등급을 줄 수밖에 없다. 거듭 낮은 등급을 받으면 평가 의뢰를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미국 의회 금융위기 청문회 자료에 따르면 무디스의 한 평가담당 직원은 내부 임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매출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고백했다. 신용도가 낮은 것을 알고도 높은 신용등급을 줬다는 뜻이다.

법무부의 S&P 조사 결과에 따라 투자기관이 신용평가사에서 매긴 등급에 지나치게 의존해 투자하는 관행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신용평가사 비리 혐의가 입증된다면 이들의 사업모델이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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