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방중 일정에 맞춰 기획된 미국과 중국의 ‘바스켓볼’ 외교 현장이 순식간에 폭력의 장으로 변했다. 외교 정신은 고사하고 스포츠 정신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선수들 간엔 주먹질이 오갔다. 경기장엔 의자가 나뒹굴었고 중국 관중은 퇴장하는 미국 팀을 향해 빈 물병을 던졌다. 외신은 바이든 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만난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했지만 중국의 밑바닥 인심은 사뭇 다른 것 같다고 전했다.
18일 밤 베이징 올림픽 농구경기장에서 열린 미 조지타운대 호야팀과 인민해방군 소속 군인들로 구성된 중국프로농구(CBA) 소속 바이(八一) 농구팀의 친선경기. 경기 종료를 9분 32초 남겨둔 상황에서 두 팀은 64 대 64 동점으로 아슬아슬한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몸싸움이 격렬해지면서 반칙도 늘어났다. 하프타임까지 중국 바이팀이 11개, 미국 호야팀은 28개의 반칙을 범했다.
4쿼터가 진행된 가운데 조지타운대 제이슨 클라크의 공격을 막으려던 중국팀 센터 후케에게 파울이 선언되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 밀치고 당기면서 몸싸움을 벌였다. 난투극의 시작이었다. 순간 중국팀 선수들이 몰려가 클라크를 공격했다. 감정이 격해진 양 팀 선수들은 코트에서 뒤엉켜 밀고 당기다가 급기야 코트선을 넘어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였다. 벤치에 있던 양 팀 후보 선수들까지 가세하면서 경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상황이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존 톰슨 조지타운대 코치는 선수들에게 경기를 중단하고 퇴장할 것을 지시했다. 톰슨 코치는 “경기장은 냉정을 잃은 상황이었다”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기를 중단하고 퇴장해야 했다”고 말했다.
19일 중국 관영언론 환추(環球)시보는 “조지타운대 선수 한 명이 심지어 의자를 던졌다”고만 보도했지만 인터넷과 해외뉴스를 통해 난투극 동영상을 확인한 중국 농구팬 일부는 오히려 중국의 군인 농구팀을 탓했다. ‘anoia’라는 누리꾼은 “누가 옳든 그르든 바이팀은 손님과 싸웠다. 그것도 미국 부통령이 이 나라에 있는 때에”라고 지적했다. ‘nego_lu’는 “중국 선수들이 교육을 잘못 받았다”고 말했다. 농구해설가 수취 씨는 “선수들이 싸우는 것은 옳지 않다. 엄격한 규율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칼럼에서 “중국은 스포츠와 정치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미국 감독이 차분하게 잘 대처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19일 AP통신은 중국 바이 농구단이 베이징 공항에서 조지타운대 농구팀과 화해했다고 보도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중국 선수단이 미국팀을 환송하기 위해 공항으로 갔으며 서로 기념품도 교환했다”며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 팀은 21일 상하이(上海)에서 다시 친선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17일에는 바이든 부통령이 회담에 앞서 언론에 모두발언을 하던 도중 중국 관리들이 미국 기자들에게 빨리 퇴장할 것을 요구하면서 격렬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백악관 풀 기자인 마이크 메몰리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자는 “중국 관리들이 ‘바이든 부통령의 발언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면서 출입구로 빨리 퇴장하라며 기자들을 몸으로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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