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없어서… 美 “금요일엔 학교 오지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3일 03시 00분


■ 재정적자, 공교육에 직격탄

“금요일에는 등교하지 마세요.”

1주일에 4일만 수업하는 미국 공립학교가 급증하고 있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교육 예산을 삭감하면서 공립학교들이 교사 수와 급여를 줄이는 데 이어 궁여지책으로 수업일수까지 단축하고 있는 것이다. 비어가는 나라 곳간에 미래의 경쟁력인 미국의 공교육 시스템이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2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주 4일제 수업을 채택한 교육자치구(School District)가 20개주에 걸쳐 모두 120곳이 넘는다. 통상 한 교육자치구에 평균 3, 4개의 학교가 있다고 보면 수백 개 학교가 주 4일제 수업을 도입한 셈이다.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 교육위원회 선임정책분석가인 마이클 그리피스 씨는 2년 사이에 미국에서 주 4일제 수업 등 수업시간을 단축한 학교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주 4일제 수업 보고서’를 최근 펴냈다. 재정 긴축에 앞장서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이 장악한 사우스다코타 주의회는 올봄에 교육 예산을 6.6% 삭감했다. 금액으로는 1억2700만 달러에 이른다. 이에 따라 사우스다코타 주 학교의 25%가 이번 가을학기에 주 4일제 등 수업일수 단축에 들어갈 계획이다. 와이오밍과 콜로라도 주는 상황이 더 심각해 절반 넘는 학교가 단축 수업을 하고 있다.

레리 존케 사우스다코타 주 이레나와코다 교육자치구의 감독관은 “(주 4일제 수업을 결정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 돈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4일제 수업을 하는 대신에 점심 시간을 줄이고 매일 등교시간을 30분 당기는 방식으로 금요일의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하지만 처음 이 소식을 반겼던 학생들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이 지역의 한 중학교를 다니는 멜리사 헤스먼 양(16)은 “주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머리 회전은 점점 느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여름학교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필라델피아와 밀워키,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절반에 이르는 학교들이 이번 여름학교 프로그램 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아예 없애버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후 몇 차례나 수업일수를 늘려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독려했지만 정작 주정부는 없는 살림에 수업일수까지 줄이고 있는 것이다. 미 연방 교육부의 저스틴 해밀턴 대변인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각급 학교들이 수업일수를 늘리기는커녕 줄이려고 하고 있어 기존 수업일수를 지키도록 하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지경으로 치닫자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국가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우스다코타 주 교육장관을 지낸 제임스 핸슨 씨는 “다른 국가들은 점점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학생들이 더 나은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학교에서 준비를 시키는데 미국 학생들은 반대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미국 학생들이 지금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학교에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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