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의 군입대 도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3일 03시 00분


10년간 문두드려 ROTC 이수… 임관무산에도 좌절않고 또 도전

어릴 적 할아버지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무용담을 듣고 자란 캘리포니아 노스리지의 교사 키스 놀런 씨(29·사진)는 오랫동안 군 생활을 동경해왔다. 그러나 그에게는 문제가 있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이었던 것. 그는 지난 10년 동안 끈질긴 도전 끝에 학군장교(ROTC) 과정까지 이수했으나 청각장애를 이유로 임관이 무산되자 좌절하지 않고 또다시 입대를 위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놀런 씨는 ROTC 과정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10년 동안 계속 문을 두드리자 노스리지 캘리포니아대 ROTC 학군단장은 청각장애 수화자를 대동한다는 조건으로 그를 받아들였다. 놀런 씨는 오전 5시에 훈련장에 도착하고 군과학 과목에서 만점을 받는 등 훌륭한 성적으로 ROTC 과정을 이수했다. 그러나 올 5월 동기생들은 모두 임관했지만 그는 청각검사에서 탈락해 임관하지 못했다.

청각장애를 가졌지만 매사추세츠 주 노샘프턴 시의원까지 지낸 아버지로부터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으며 자란 놀런 씨는 좌절하지 않고 헨리 왁스먼 하원의원(캘리포니아·민주당)에게 자신의 사연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그가 페이스북에 개설한 ‘놀런을 임관시켜라’ 페이지에는 2000명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놀런 씨는 “지난해 이스라엘에 가서 현역 군인으로 근무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10명을 만나봤다”며 “청각장애인은 꼭 전투병이 아니더라도 정보업무를 담당하거나 전투견을 훈련시키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육군에 따르면 전투로 시각이나 사지를 잃었거나 머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후에 재활훈련을 받고 다시 복무하는 인원은 300여 명이나 되며 이 중 일부는 다시 전투에 투입되기도 한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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