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내린 S&P… 美신용 강등 거센 역풍 속 샤르마 회장 전격 교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4일 03시 00분


5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시켜 글로벌 경제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데븐 샤르마 회장(55)이 23일 전격 사임했다. 이 회사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 결정을 내린 지 18일 만이다. 신용등급 강등 이후 정부와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S&P가 무마 차원에서 ‘샤르마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S&P의 모기업인 맥그로힐이 22일 이사회를 열어 샤르마 회장의 교체를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후임자로는 더글러스 피터슨 씨티은행 최고운영책임자가 내정됐다. 피터슨은 위험관리, 감사 분야의 전문가로 씨티그룹에서 25년을 재직한 월가의 베테랑이다.

S&P 관계자는 “샤르마의 사퇴는 등급 강등 결정(후폭풍)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미 법무부까지 등급 강등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의회 일각에서 청문회를 개최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분위기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후임자인 피터슨 최고운영책임자는 미국 정부가 최대주주인 씨티그룹 출신이다. 9월 출근 예정인 피터슨 최고운영책임자는 신용평가회사에서는 근무해본 적이 없다.

사퇴한 샤르마 회장은 2007년 8월 인도 출신으로는 처음 메이저 신용평가회사 대표가 된 인물로 유명하다. 미국 위스콘신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각각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S&P 합류 전 컨설팅회사 부즈앨런해밀턴에서 14년간 전략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그가 S&P 회장이 된 후 주요 신용평가회사는 어려운 날들을 보냈다. 신용평가회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가 섞인 모기지 연계증권(MBS)에 AAA 등급을 남발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확산에 일조했다는 비난이 거셌기 때문. 샤르마 회장은 무디스, 피치의 대표와 함께 2009년 5월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기도 했다.

S&P는 현재 법무부 외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등급 강등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를 받고 있다. 또 강등 결정 직후 로스앤젤레스 시를 비롯한 미국 지방정부 세 곳에서 투자자문 계약을 해지당해 타격을 입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