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브러더스 파산 3주년… 유럽발 ‘2차 금융위기’ 째깍째깍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소로스 “유럽 은행 위기 터지면 리먼사태보다 충격 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14일로 3년을 맞는다. 아직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번에는 유럽 주요 은행 중 한 곳이 쓰러지면 유럽발 ‘2차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유럽 은행 위기가 터지면 그 영향은 리먼브러더스보다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3년 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발단이 됐다. 하지만 이번 유럽의 은행 위기는 유로존 17개국이 국가 부채 해소 등 재정위기와 관련한 정치적 합의가 안 돼 점차 수렁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불거졌다. 출범 12년을 맞은 ‘유로존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그 때문이다.

○ 국가 부채의 덫에 걸린 유럽 은행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7일 그리스 등 유로존 국가에 대한 독일 정부의 참여에 합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정부가 구제금융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연방의회 예산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안하고 있는 ‘유로본드(개별 국가가 아닌 17개국 공동의 채권)’ 발행을 위해 출자하는 것은 승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전문가들은 독일 정부가 재정위기를 겪는 유로존 국가에 신속한 지원 결정을 하는 것은 전보다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헌재의 합헌 판결이 알려지자 조건부이긴 하지만 독일 정부가 유로존 구제금융에 참여하는 데 잠재적 걸림돌이 제거됐다며 7일 유럽 증시는 지난 이틀간의 가파른 하락세에서 벗어나 반등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6일 “유럽의 주요 은행 중 한 곳이 쓰러져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와 같은 금융 패닉 상태가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의 은행 위기는 이들이 보유한 그리스와 스페인 등이 발행한 채권 가격이 폭락한 것이 주원인이다. 유럽 주요 은행의 주가는 리먼브러더스 충격으로 곤두박질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의 주가는 3개월 전 주당 40유로에서 6일 18.9유로로 반 토막 났다. 스페인의 한 은행은 전체 대출 중 부실대출 비율이 지난해 9%에서 최근 19%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유럽의 일부 은행은 운영자금도 조달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5,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금융권의 자본 확충을 위해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 없다며, 필요하다면 민간 자본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도 은행 등 금융권의 자금난 해소에는 부정적인 요소다.

○ 미국 은행도 ‘내 코가 석 자’


미국 금융기관도 유럽 은행의 자금난에 등을 돌리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안갯속이다. 미국 금융계가 유럽 은행과의 거래를 줄이는 등 불똥이 미국에까지 튀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

더욱이 미국 금융시장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에 이뤄진 모기지 증권 부실 판매의 후유증이 매듭지어지기는커녕 더 확대되고 있어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6일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FRB캐피털마케츠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국주택금융공사(FHFA)가 최근 미국과 유럽의 17개 대형 금융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1960억 달러(약 200조 원)의 소송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1040억∼1210억 달러(약 112조∼1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JP모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빅4’가 전체 배상액의 40∼60%를 감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널리스트인 FRB캐피털마케츠의 폴 밀러 씨는 “리먼 사태 이전의 부실 판매를 갖고 3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과도하게 줄소송을 내걸면 은행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소송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7월 중순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2명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보낸 서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유럽의 금융위기가 미국시장에 새로운 리스크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의원들은 버냉키 의장에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으로 봤을 때 미국의 금융기관이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대출해준 돈이 약 2000억 달러에 이른다”며 실상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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