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부도확률 98%”… 유로존 최대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4일 03시 00분


그리스 국가부도가 5년 내에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프랑스 3대 대형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이라는 전망에 유럽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유럽발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출범 12년을 맞은 유로존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 “그리스 부도 가능성 98%”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12일 “독일 정부가 그리스 디폴트 혹은 그리스가 구제금융 지원조건을 이행하지 못할 사태에 대비해 독일 은행에 비상지원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13일 블룸버그는 “5년 내 그리스가 부도에 빠질 가능성이 98%로 추정된다”고 헤지펀드인 TF마켓 어드바이저 창업자 피터 트치르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리스는 지난해 약속받은 1차 구제금융 1100억 유로 중 이달 말까지 받기로 한 6차분 80억 유로를 지원받지 못하면 디폴트에 처하게 된다.

무디스가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아그리콜 등 프랑스 3대 은행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와 국제 금융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국제사회도 대응에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통제되지 않은 지급불능 사태(uncontrolled insolvency)는 그리스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최우선 순위는 이를 방지하는 것”이라며 독일의 ‘그리스 포기설’ 진화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13일(현지 시간) 그리스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프랑스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리는 두 정상이 전날 전화통화를 했으며 그리스와 유로존 신뢰 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16일 폴란드에서 열릴 긴급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에 급파하기로 했다.

○ 중국, 유로존의 구세주?

중국이 유럽 위기에 적극 개입하기로 한 징후가 포착되면서 요동치던 유럽 금융시장은 12일 오후 늦게 진정돼 중국이 유로존 위기의 구세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 러우젠웨이(樓繼偉) 회장이 최근 로마에서 이탈리아 재무장관을 만나 대규모 국채 매입을 논의했다고 FT가 보도했다. 밀라노 경영대학 줄리아노 노시 교수는 AFP통신에 “막대한 규모의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한 중국은 보유 외환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공상은행(ICBC)이 올해 이탈리아 등 5개 유럽국가에 지점을 개설하기로 한 것도 중국의 대유럽 투자 의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현재 3조20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이 미국 국채에 편중돼 있어 외환 투자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또 글로벌 경제위기의 구원투수로 나서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이탈리아는 부채 규모가 총 1조9000억 유로(2840조 원)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600억 유로(약 90조 원)의 국채를 팔아야 하므로 중국 같은 ‘큰손’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이다. 그러나 중국이 실제로 이탈리아 국채 매입에 나설 것인지 시장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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